호수는 새를 사랑하지 않는다

2007.02.10 07:42

강성재 조회 수:413 추천:94

호수와 사랑에 빠진 나무
뿌리채 물속에 누워있다
제 몸 모두 뺏기고도 천연덕스럽게
눈물 한방울 흘리지 않는 나무
산을 돌아 온 바람이
호수를 흔들고서야
나무는 비로소
얕은 신음을 뱉으며 출렁인다
호수의 유혹은 영원일까 찰라일까
상처없는 사랑은 호수의 신비다
흙한톨 흘리지 않고 나무를 품어버리는
저 빼어난 기술
호수는 그러나 새를 사랑하지 않는다
온 몸으로 울어대는 새들에게
호수의 수면은 불가사의한 장막이다
훤히 들여다 보이는 호수의 안을
새는 결코 갈 수가 없다
저를 사랑하는 새를 버리고
호수로 간 나무는
호수의 사랑을 영원하다 믿은걸까
수면의 안과 밖
상처 하나 없이 호수는
산을 옮기고 나무를 옮긴다
그러나 호수는
새를 사랑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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