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묘

2007.06.07 12:29

강성재 조회 수:491 추천:109

팔순 아버지 앞세우고
쉰 몇살의 세 아들
성묘 가는 길

아부지 좀 천천히 가이시더
힘 드니더
젊은 아아들이 우째 그리 힘을 못 쓰노
어여 오르거라 해 질라

팔팔한 늙은 아버지 종종 걸음에
중늙은 세 아들 숨이 차다
허리 휜 소나무 이파리가
지나가는 바람에
지르륵 지르륵 소세하는
소리를 들으며
돼지똥 냄새 한마당인
영포아재 돼지막을 지나
가파른 산길로 올라 서는데
산비탈 저만큼서
손짓하는 조상님 그림자

십여기에 이르는
조상님들께 소주 한잔씩 올리고
돌아서니 벌써 해그름이다

나도 여기 누우면 너거들 힘 들겠제?
나는 고만 화장해서 낙동강에 뿌리거라

  아버지 뿌연 담배 연기 속으로
  짙은 자식 사랑 회한 처럼 감돈다
  대답 없는 세 아들 뒤 세우고
  구부정 하니 앞서 산을
  내리는 아버지 흰 머리카락 너머로
  석양이 비스듬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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