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십오년, 그후

2007.06.21 11:18

강성재 조회 수:514 추천:113

문 살짝 밀었는데
사십오년,
묵은 먼지가
우루루 쏟아진다

너의 옛집
이번에 한번 휘— 둘러보니
늙은 감나무 두어 그루
뒤뚱거리고 서 있더라만
나는 잊지 못한다
감꽃 목거리 만들어
너의 목에 걸어주면
까르륵 까르륵
해맑게 웃어주던
내 생애 가장 맑았던 그 때를

학교 가는 뚝방길
너와 나의 꼬리연이
하늘에서 어우러지고
우리는 하늘만 바라보며
꼬리연 좇아 가다
논두렁에 빠져서도
마주 보며 깔깔거리던
내 생애 절정이었던,
그만큼의 행복했던 날들을

뒷산 매봉을 물들인
철죽꽃 한아름 꺽어들고
얼굴이 빠알갛게 익어 돌아 오던 날
풍문도 없이 모두가 떠나버린
너의 빈집엔
꼬리연 하나 감나무 가지끝에
대롱거리고
나는 너의집 싸리문에 매달려
해 기울어지던
내 생애 가장 슬펐던 그 때를

새벽잠 설치며
행여나,
너를 기다리던
그만큼의 세월이
늙은 감나무 가지끝에
대롱대롱 열려 있는 지금

너를 생각하면
그리움도 등급이 있지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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