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바다

2007.09.14 13:02

강성재 조회 수:380 추천:86

파도 소리가 이렇게
부드럽고 아름다울 수 있다니

긴 생머리 나풀거리며
떠나간 여자를 기다리는
슬픈 나의 밤
파도위를 서성 거리던
깊은 울음 소리는
갈매기가 삼키고 떠나 갔다

모든걸 버린 마음이
이토록 가볍고 따뜻 할 수 있다니

바다는 어둠에 잠기고
파도만 넘실거리는
민박집 창문 너머
내 생애의 한부분을 끝없이
아프게 했던
긴 생머리의 그녀가
파도를 타고 있다

아픔을 삼킨 바다가 이렇게
차갑고 견고 할 수 있다니

먼 훗날
내 다시 이 바다위에
하룻밤 둥지를 틀면
오늘 갈매기가 삼켜버린
울음소리가
다시 되돌아 올지도 모른다

초라한 촛불 하나 들고
막막하게 걸었던 내 생애의 절반
황량한 바다위에 그 아픔이
걸어 가고 있다면

어둠을 삼킨 파도 소리가
이렇게 시원 할 수 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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