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문

2007.09.20 09:41

강성재 조회 수:349 추천:87

바람이 산속을 자맥질 한다
저물도록 흔들리는 구름의 손길을 따라
한가하게 유영하는 나뭇잎들

노송의 뿌리에 기대어
고개숙인 해그늘을 본다
해그늘 끝머리에
시린 생의 이슬이 묻어 있다

사는게 참 힘들지?
산다는게 다 그런거야

서늘한 바람이 세차게 가슴을 치고 간다
가만히 들여다 보면
풀잎들이 꼬리를 흔들며 숨을 쉬고 있다
내가 알 까닭 없는
산의 심층에서도
나무 뿌리의 숨결은 있을 것이다

산 허리를 가른 바람이
나뭇잎을 잡고 흔든다
산은 움켜쥔 제 식구의 손을
슬그머니 놓아 버린다
흙먼지가 세차게 산을 흔든다
산의 아픔이며
내 삶의 파문이다
아니다,나는 내 삶의 파문에 대해
아는바가 없다

지금 내 곁을 스쳐 간 바람은
다시 오지 않는다
내가 놓친 삶도 다시 오지 않는다
흙먼지를 일으키며 달려 가는 바람
이런것이 삶의 파문일까
이렇게 많은 제 식구를 거느린 산이
그 바닥에는 얼마나 많은
아픔을 숨기고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

나는 새삼 산을 지탱하는 뿌리에 대해,
뿌리의 시름에 대해,
또 내 삶의 파문에 대해,
생각 한다

뿌리 깊은 나무는
큰 바람에도 의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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