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淨土)로 가는 길

2007.11.16 10:00

강성재 조회 수:504 추천:129

어둠이 내린다
도시의 불빛이 넘어진다
무한천공(無限天孔) 겹겹이 적요(寂寥),
깃발은 혼자 펄럭이고
천공(天孔)에 새 한마리
어딜까 사람들을 데려 간다
끊임없이 파도를 일으키는 사람들
이룰것 없거나
이룬것이 너무 많은 사람들은
도시를 떠난다

비가 내린다
나는 작아지고 작아져서
앞서 가는 사람들의 꽁무니를 따른다
잠속에서도 쉬지않고 길을 간다
길밖으로 떨어지는
모래알은 끝이 없고
나무의 눈으로도 안보이는
어두운 미로
묵묵히 뒤를 따르지만
마음은 불안하다
가끔씩 교감을 나누던
남아있던 도시마져
어디론가 사라졌다

비가 멎었으나 아직 안개가
앞서 가는 사람들을 지운다
천공(天孔)을 나르던 새도 지웠다
길을 연다는 건
언제나 처음인 막막한 흡입
거뭇거뭇 누구의 상처인지
죄다 버리고 살터를 찾는다
시큰거리는 걸음마다
새로 돋아난 상처는 질퍽 거리고
정작 내 눈의 티눈 하나도 지우지 못하고
그럼에도 무엇을 찾아
나는 이 낯선 도시를 걷는가

길섶 풀물이 젖은 원시의 나무가
새들을 풀무질 해 키우고
도시의 불빛이 천공(天孔)에 이르러
파도를 일으키는 곳
잠들면 갖고 싶었던 그 길들을
산모퉁이 돌면서 잃어 버렸다
길은 길속에 몸을 숨기고
나는 눈 멀고 귀 멀어
갈 곳이 없다
가진것 모두 버리고
예까지 좇아 와서
새삼 이렇게 허공인가

길은 천지사방이나
어디에든 길은 미완성으로 닫히고
그 길의 마지막에 선 나는
차마 그것이 끝이라 말 하지 못한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60 촌놈 강성재 2008.05.26 446
159 산촌의 사내 강성재 2008.05.13 449
158 안동 간 고등어 강성재 2008.04.22 548
157 누가 꽃일까(부제:사월의 눈보라 2) 강성재 2008.04.20 558
156 어찌하나(부제:4월의 눈보라) 강성재 2008.04.18 545
155 김칫독 김치맛 [2] 강성재 2008.02.20 496
154 겨울나무 강성재 2008.02.15 521
153 눈덮힌 나목(裸木)의 풍경 강성재 2008.02.15 520
152 눈치우는 풍경 강성재 2008.02.11 463
151 혼돈의 깃발 강성재 2008.02.08 507
150 꼬리연을 날리다 강성재 2008.02.08 443
149 아이러니 강성재 2008.02.03 436
148 아메리칸 드림(2) 강성재 2008.02.01 422
147 아메리칸 드림 강성재 2008.01.30 466
146 의문부호 강성재 2008.01.25 610
145 사랑의 매 강성재 2008.01.09 546
144 부부 강성재 2008.01.09 597
143 삭제된 겨울 강성재 2008.01.09 532
» 정토(淨土)로 가는 길 강성재 2007.11.16 504
141 다듬이 소리 [2] 강성재 2007.11.16 510

회원:
0
새 글:
0
등록일:
2015.08.05

오늘:
0
어제:
0
전체:
48,9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