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매

2008.01.09 13:19

강성재 조회 수:546 추천:165

매라는 것이 사실은 동전의 양면 같은 것이라서 보는 관점에 따라서는
폭력으로 비쳐 질 수도 있겠다 하는 생각을 가끔씩 하게 된다.그러나
폭력과 사랑의 매는 엄연히 구분 되어야 한다.자라나는 아이들의 인성과
덕성 그리고 지성을 길러주기 위해 회초리를 드는것 마져 폭력이라 이름하여
매도 한다면 우리 사회가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너무 무책임 한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선생님들 중에는 가끔 감정을 절제 하지 못하고 매의 수준을 넘어 무차별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그러나 그런 경우는 극히 드문 경우라
보아야 한다.그런 몰지각한 극히 일부분의 선생님들 때문에 다른 모든 사랑의
매마져 매도 된다면 아이들의 교육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는 것이라는 생각을 나는 하고 있다.

나의 고등학교 시절은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지만 소위 말하는 불량학생의
표본이었다. 70년대의 시작과 함께 시작했던 나의 고교 시절은 반항과
방황,폭력으로 점철된 어둠의 시절이였다. 학교 폭력서클의 주 맴버였고
언제나 건들거리며 집단패싸움으로 피투성이가 되기도 했고 지나가는 여학생 희롱은 다반사였으며 책가방을 옆구리에 낀체로 그 당시 최고의 인기를 구가 하던 신성일,문희,윤정희 주연의 사랑 영화를 태연히 보러 다니곤 했었다.
그 철없던 시절의 은사 한분을 나는 지금도 있지 못한다.국어를 담당 하셨던
선생님은 학교 문예반과 웅변반의 지도 선생님이기도 하셨는데 일학년 때 부터 이미 안동지방의 모든 학생 백일장과 웅변대회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발군의 성적을 내고 있었던 나의 자질을 굉장히 아끼고 사랑 하셨다
학교 출석 보다도 이유 없는 무단 결석이 더 많았던 나의 하숙집에 담임도 아니셨으면서도 일부러 찾아 오셔서 학교에 나올 것을 강권 하시고
그래도 제대로 말을 듣지 않으면 지휘봉으로 종아리를 때리셨는데 매를 드신
후에는 반드시 매를 들어야 했던 이유를 육하 원칙에 입각 하여 조목조목
설명을 하셨다.그런후에 어깨를 툭툭 치면서 사내자식이 크면서 잠시 엇나갈
수도 있지만 가능하면 빨리 제자리를 찾아야 희망이 있는 것이라는 요지의
말씀을 해 주셨는데 졸업 무렵에는 사실 출석일수 미달로 졸업이 보류되는
최악의 상황이였는데 선생님께서 교장선생님께 특청을 드려서 어렵게 졸업장을 손에 쥘 수 있었다.기억 하건데 그 선생님으로 부터 회초리를
맞은것이 십여 차례는 되었던것 같은데 그때의 그 매 맛이 지금껏 내가
살아 오면서 힘들고 어려웠던 고비마다 나를 다시 세우는 크나큰 밑거름이
되었음을 부인 하기 어렵다.
그 선생님의 회초리와는 정반대의 매도 맞아 보았는데 그것은 매가 아니라
대단한 폭력이였다.입대 영장을 받고 논산훈련소에 입소 했던 나는 그곳에서
단기 하사관으로 차출되어 육개월간 하사관 교육을 받고 자대에 배치되었다
토요일 오후에 내가 근무 하게될 부대에 도착 하였는데 일요일 하루를 쉬고
월요일 아침에 대대장님께 신고를 하게 되어 있었다.내가 근무 할 부대는
미사일 부대였다.부대의 특성상 하사들의 숫자가 타부대 보다 많아서 하사 내무반을 일반병 내무반과 구분해서 따로 두고 있었다. 그날밤 소위 신입하사
환영식이라는 것을 내무반 십수명의 고참 하사들이 베풀어 주었는데 아마 그
당시 부산에서 만들어지는 대선소주 였던것으로 기억 한다 4홉들이 소주를
부대국자(국을 푸는 국자로 4홉들이 댓병 하나가 다 들어 간다)에 다 따른 후 단숨에 다 마실것을 요구 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술을 거의 마시지 못하는
나는 마시지 못 한다고 설명을 했지만 그런것이 통할 군대가 아니였다. 억지로 4홉들이 소주 두병을 다 마신 나는 인사불성이 되어 소변을 보러 내무반을 나온것 까지는 기억이 나는데 그 다음은 완전히 정신을 놓아 버렸다.
눈을 떠 보니 부대 의무실이였다.신입회식을 하다 말고 사라진 신참하사가 한참을 지나도 돌아 오지 않자 고참들이 나서서 온 부대를 이 잡듯이 뒤졌지만 찾지 못하고 결국은 온 부대에 비상이 걸리고 세벽녘에서야 부대
산중턱에 쓰러진 나를 찾아내서 의무대에다 눞혔는데 참으로 위험했던 것은 그 산이 온통 지뢰밭이였다는 것이다. 천우신조로 지뢰를 밟지 않아서 인명
사고는 나지 않았지만 노발대발한 대대장님에 의해서 전 하사내무반 하사들이
밤새 기합을 받았다는 것이다. 그 일로 고참들의 눈 밖에 난 나는 내무반 생활이 고달풀 수 밖에 없었는데 불과 한 두주일쯤 후 군기가 빠졌다는 이유 같잖은 이유로 소위 말하는 줄빳다를 맞게 되었다.순전히 나를 목표로 삼은 그 날의 줄빳다 회식은 열두명의 고참들로 부터 일인당 세대씩 총 합계 설흔여섯대의 야전침대봉 타작을 엉덩이에 맞고 끝이 났는데 살점이 있는데로 터진 엉덩이 덕분에 근 한달 동안을 나는 제대로 앉지도 못했었다

언젠가 신문을 읽다가 학교에서 선생님께 매를 맞고 온 아이 때문에 화가 난
어느 학부모가 학교로 찾아 가서 아이들이 모두 보는 앞에서 그 선생님께
폭력을 행사 했다는 기사를 읽은적이 있다. 참으로 몰지각한 행동이다.
자식을 사랑하는 부모의 마음이라고 강변 할지 모르지만 그것은 사랑이 아니라 자기 자식뿐만 아니라 주변의 아이들마져 망쳐 놓는행동이다.
아버지가 선생님을 폭행하는 광경을 지켜 본 아이들이 무엇을 배우겠는가
물론 매를 대지 않고도 올바른 교육이 이루어진다면 얼마나 좋은 일인가
그러나 만부득이해서 한두대 회초리를 댄다고 해서 너무 과잉 반응을 보일
필요는 없다고 본다. 옛말에도 미운 자식 떡 하나 더 주고 이쁜 자식 매
한대 더준다고 했다.
나는 지금도 내 고교시절의 그 선생님,인자 하시면서도 매를 대야 할 때와
아닐 때를 현명하게 구분 하시던 그 선생님을 잊을 수 없다
사랑이 담긴 단  한대의 회초리가 때로는 그 아이의 일생을 바꾸어 놓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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