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2)

2008.06.21 14:35

강성재 조회 수:400 추천:95

석달열흘 비한방울 뿌리지 않는 염천을 이고 가는 촌부의 낡은 삼베 치맛자락 속으로 땀줄기 젖어 드는 이른 여름날의 메마른 들녘, *반변천에 쏟아지는 햇살을 따라 서서히 기울어 가는 촌부의 발길 밑으로 풀 한포기 숨어들어 씨앗을 내렸던가 어쨋던가, 황토바람 풀석거리는 갈라진 논이랑 사이로 신음소리 흘러 흘러, 스스로 물이 되고 흙이 되고 씨앗이 되어 흐르고 굳고 싹을 띄울 줄 알았다는 낙동강, 강촌의 사람들이 시름을 앓고 앓다가 마침내 썩어 문드러진 꿈이나마 엮어 실날 같이 흐르는 강줄기 따라 민초들의 숨소리를 만들어 내던 땅, 바싹 마른 논이랑 긴 행렬 따라 가물 가물 잰 걸음을 걷다가 휘청거리는 지게위에 푸성귀 한지게 올리고 바람 따라 이어 가던 날들이 질기디 질긴 질갱이 마냥 땅속에 코를 박고 뿌리를 내려 지탱 해 온 숨결,
사람들아,
저 황토벌판 위에 넘어지고 짓밟히고 엎어져도 마음놓고 울어 보지도 못한 서러운 이들아, 그래도 차마 버리지 못해 얼싸안고 갈아 엎고 씨 뿌리던 한줌 흙덩어리, 내 아버지의 아버지 그리고 아버지의 아버지가 천년 만년을 힘겹게 지켜 온 맥박, 피를 토하는 울음속으로 풀씨같은 푸른 노래가 조금씩 자라고 자라 강줄기를 둥실 둥실 떠 다니고 황토바람 잦아진 등성이 너머로 푸르디 푸른 꿈이 환하게 피어 오르는 것을 보았다 했던가.



   * 반변천: 낙동강의 지류,안동에서 낙동강에 합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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