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묘비

2008.07.21 14:53

강성재 조회 수:471 추천:85

그의 일생은 행복했을 것이라고
사람들은 믿을 것이다
양어깨에 몇개씩의 별을 달았던 그는
월남전선에서 수많은 적들을 죽였고
광주에서는 폭도들이라  이름 불렸던
많은 양민들을 죽였는지 어쨌는지
나는 잘 모르지만
(죽은자는 안다)
한때 그는 나라에서 주는 훈장을
별판보다 더 많이 달고 다녔다
별을 뗀 후에는
높은 자리에 오랬동안 있으면서
무슨 재주가 그리도 많은지
(도둑질도 재주다)
그의 월급으로는 백년을 모아도
가질 수 없는 돈을 모아
사랑하는 그의 아들 딸들에게 물려 주었다
그리고 그가 죽은 후
국립묘지에 묻히고
어느 이름 높은 시인이
그를 기리는 묘비명을 멋지게 써서
천하에 자랑했다
천년의 세월이 흘러
다시 하나님의 불의 심판이 있어
이 세상이 잿더미가 된다 해도
이 묘비는 길이 남아
역사의 증언이 될 것이니
역사란 과연 무엇이며
진실이란 무엇인가
그렇다면
숱하게 많은 이 땅의
이름없는 시인들의 묘비엔
무엇이라 쓸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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