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 보행
2008.09.29 14:25
필라멘트 끊어진 그믐달은 자취조차 없고
그 밤엔 가로등마져 꺼져 있었다
엔진이 죽어버린 차를 끌어다 나는
길 옆에 세우며
멀리서 들려 오는 개 짖는 소리에
오싹한 한기를 느낀다
어둠은 적막을 데려와 내려 놓고
차가운 골목길을 지체없이 빠져 나간다
어둠의 십자로 그 맞은편으로
혼자서 떨며 나는 가야한다
어둠을 밝혀 줄 등불도
골목을 헤쳐 나갈 용기도 내겐 없다
작은 웅덩이에도 걸음은 뒤뚱거리고
언제나 나를 지켜주던 그림자마져 없이
두손 가득 어둠을 움켜쥐고
조심스레 걷는다
조금씩 조금씩 익숙해지는 시야
캄캄한 수맥에 뿌리내린 힘으로
어둠이 끝나는 저 끝을 노려본다
어두울수록 나를 더 달뜨게 하는건
두려움 때문일게다
어둠이 지배하는 길을 달려
긴 활주로의 유도빛을 받으러
나는 힘껏 달려 가고 싶었다
빛을 숨긴 저 하늘의 한쪽 끝을
잡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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