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구두 한컬레

2008.10.07 14:31

강성재 조회 수:423 추천:103

숨가쁘게 달려온
검정색 준마 한마리
여기 엎어져 있다
이제 더 이상 달릴 수 없을 것 처럼

발의 밑바닥은
생의 막장 같은 곳이어서
어지간한 폭풍에는
흔적도 남지 않는 것인데
너덜거리는 뒤축,
앞부분마져 뚫어져 있다
한세월 거칠게 끌고 다니다
벗어놓은 말들은
생의 온기와 냉기를
동시에 기억 해 내지만
그가 달려온 길보다
가야 할 길을 생각 하며 잠이든다
하루밤 곤히 잠들고 나면
꿈속에서 그의 한 생이
현상되어 나오고
고린내 깊게 베인 밑창속으로
걸어 들어 가면
가끔씩은
고달픈 생의 길에서 일탈을 꿈꾸었을
그의 이력이 묻어 나고 있다

내일이면
툭툭 털고 다시 일어나
또 다시 숨가쁘게 달려야 할
숙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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