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을날

2008.10.27 13:39

강성재 조회 수:467 추천:108

그래, 댓닢이 늘상 푸른건 아니야
가을비 소슬히 바람에 날리면
청청 댓닢도 시들고 말아
그때에 내 보잘것 없는 사랑쯤이야
쓸쓸해진다 해도 어쩔 수 없지
이 숭고한 가을날

가진것 모두 버리고
알몸으로 빈들에 누워
시린 들판 다복 다복 씻어 내리고
마음이 번다하면
슬픔도 제곱이 된다는데
내가 아파한 것은 무엇이며
내가 얻은 것은 무엇인가
이 소슬한 가을날

간밤 무서리에 하얗게 시든 꽃잎
제 설음에 겨워
울며 가는 밤
곁에 있을 때 사랑하라
모두들 말 하지만
그런 기회는 늘상 놓치고 말아
명치끝에 눈물 고이지
이 청명한 가을날

바람이 수은주를 잠시
내렸을 뿐인데
발밑엔 낙엽만 수북하고
다시는 오지 못할
어둡고 차가운 길을
무얼 그렇게 서둘러 떠나려는지
지금에사 뜬금없이 물어 보는데

낙엽 떠나시네
말 없이 가네
바람 훨훨 날아간 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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