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목(裸木)은 지난 여름을 기억하지 않는다

2009.02.10 13:09

강성재 조회 수:458 추천:113

황량한 바람으로
몸을 씻는다
스산한 겨울볕에
뼈를 깍는다

뿌리로 부터 솟구치는
생명의 힘으로
푸른 날개 세우고
춤사위 어우러지던
지난날의 욕정과 야망과
좌절과 분노를 씻어 내린다
비로소 뉘우쳐 돌아온 탕아가
머리숙여 아버지의 집에 들듯
곧은 몸을 굽히고 뼈를 깍는다

깍으면 깍을수록 견고해 지고
씻으면 씻을수록 허기가 지는
난해한 생의 법칙
마디마디 관절마다
상처만 남은
잔인한 나목(裸木)의 노후여

나목(裸木)은 망각 할 뿐
생명의 끈을 놓지 않는다
한시절의 사랑과 야망을 묻어 두고
묵묵히 오늘을 견디는
끈질긴 생명의 아우성이다

그리하여 무엇인가
이 삭막한 겨울
뼈를 깍으며
피를 말리며
온몸으로 버틴다
찬란한 존재의 의미를
만들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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