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여덟

2009.06.21 14:34

강성재 조회 수:642 추천:114

아무것도
가진 것 없던
열여덟

앞산 먼산의
틈새에 끼어
기울어진 어깨
너머로
춘화도 훔쳐 보며
허상을 만들던


늘 허기지고
아무도
누구도
눈여겨 보아주지 않던
어두운 자취방에

꼭꼭 닫힌 문틈으로
스며드는 햇살 한자락
받고 누워
너덜한 벽지위에
시 한수 갈겨 쓰고

나무 한그루
풀 한포기에도
의미를 심어 주다
제 풀에 지쳐
어두운 하늘 향해
수음 한번
매마른 땅위에
오줌도 한번 갈기고

태산을 깎아 내리고
강줄기를 거슬러 올리고
시든 꽃도 다시 피우리라

그랬던

그 시절
나의 열여덟
다시는 오지 않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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