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부는 날

2007.02.22 05:09

최영숙 조회 수:257 추천:42

여우 바람이 문틈으로 새어 들어옵니다.
한낮이 기울어 가도록 여우 우는 소리가 창문에서 그치질 않습니다.
문풍지가 있었다면 더 요란했겠지요.
서재마다 봄노래가 풍성해서 봄이 한창인 줄 알았는데
이제 오느라고 저렇게 요란인가봐요.
겨울이 없는 나라인 것 같아도 비슷하게 사계절이 흔적을
남기고 돌아가는 가 봅니다.
이곳의 달빛도 풍성하답니다.
예전에 콜로라도에 살 때 너무 밝아서 마치 푸른 빛으로 보이던 달,
그 콜로라도의 달이 비칠 때, 어떤 남자라도
고국 생각하며 울지 않은 사람이 없다더군요.
두 나라의 울타리를 넘어 온 지금, 산마을에서 바라보는
달은 또 다른 얼굴입니다.
바알갛게 달아오른 얼굴을 소나무 가지 위에 걸치고 있지요.
고국의 산에서 바라보는 추석 달 같아서 넋을 잃는답니다.
여우 바람 불고 난 다음, 둥실 달이 뜨고 별들은 지구가 오그라
들기라도 한 것처럼 하늘에 가득하다 못해 땅에까지 쏟아져 내리는데....
성재형은 이럴 때 시를 쓰시지요?
쓸쓸하게 우수에 차서, 뒤돌아 보며.... 커피 한 잔 입에
털어넣고, 아님 들이키고, 아님 꿀꺽하고, 아예 들어붓고? ^*^
그런데 저는 배가 고파져요. 깊은 밤, 김치 죽죽 찢어 넣고 붙여 낸  
빈대떡에 톡 쏘는 동치미 국물을 우아하게 마시고.... 으흠,
모짜르트를 들으며 책상 앞에 앉아 되는 말, 안 되는 말 다 들어 주는
사람한테 편지 쓰는 것, 그랬으면 좋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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