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하의 <타는 목마름으로>가 표절?

2015.08.05 09:38

동아줄 김태수 조회 수:649

 

자유

 

폴 엘뤼아르 (1895~1952)

 

 

초등학교 시절 노트 위에

나의 책상과 나무 위에

모래 위에 눈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내가 읽은 모든 페이지 위에

모든 백지 위에

돌과 피와 종이와 재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황금빛 조상(彫像) 위에

병사들의 총칼 위에

제왕들의 왕관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밀림과 사막 위에

새 둥우리 위에 금작화 나무 위에

내 어린 시절 메아리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밤의 경이로움 위에

일상의 흰 빵 위에

결합된 계절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누더기가 된 하늘의 옷자락 위에

태양이 곰팡 슬은 연못 위에

달빛이 싱싱한 호수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들판 위에 지평선 위에

새들의 날개 위에

그리고 그늘진 방앗간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새벽의 입김 위에

바다 위에 배 위에

미친 듯한 산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구름의 거품 위에

폭풍의 땀방울 위에

굵고 무미한 빗방울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반짝이는 모든 것 위에

여러 빛깔의 종들 위에

구체적인 진실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깨어난 오솔길 위에

뻗어나간 큰 길 위에

넘치는 광장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불 켜진 램프 위에

불 꺼진 램프 위에

모여 앉은 나의 가족들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둘로 쪼갠 과일 위에

거울과 내 방 위에

빈 조개껍질 내 침대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게걸스럽고 귀여운 우리집 강아지 위에

그의 곤두선 양쪽 귀 위에

그의 뒤뚱거리는 발걸음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내 문의 발판 위에

낯익은 물건 위에

축복받은 불의 흐름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화합한 모든 육체 위에

내 친구들의 이마 위에

건네는 모든 손길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놀라운 소식이 담긴 창가에

긴장된 입술 위에

침묵을 넘어선 곳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파괴된 내 안식처 위에

무너진 내 등댓불 위에

내 권태의 벽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욕망 없는 부재 위에

벌거벗은 고독 위에

죽음의 계단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되찾은 건강 위에

사라진 위험 위에

회상 없는 희망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그 한마디 말의 힘으로

나는 내 삶을 다시 시작한다

나는 태어났다 너를 알기 위해서

너의 이름을 부르기 위해서

 

자유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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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는 목마름으로

                     

 김지하

 

 

 

 

 

신 새벽 뒷골목에

 

네 이름을 쓴다 민주주의여

 

내 머리는 너를 잊은지 오래

 

내 발길은 너를 잊은지 너무도 너무도 오래

 

오직 한 가닥 있어

 

타는 가슴 속 목마름의 기억이

 

이름을 남 몰래 쓴다 민주주의여

 

 

 

아직 동 트지 않은 뒷골목의 어딘가

 

발자욱 소리 호르락 소리 문 두드리는 소리

 

외마디 길고 긴 누군가의 비명 소리

 

신음 소리 통곡 소리 탄식 소리 그 속에 내 가슴팍 속에

 

깊이깊이 새겨지는 내 이름 위에

 

네 이름의 외로운 눈부심 위에

 

 

 

살아 오는 삶의 아픔

 

살아 오는 저 푸르른 자유의 추억

 

되살아 오는 끌려가던 벗들의 피 묻은 얼굴

 

 

 

떨리는 손 떨리는 가슴

 

떨리는 치떨리는 노여움으로 나무판자에

 

백묵으로 서툰 솜씨로

 

쓴다.

 

 

 

숨죽여 흐느끼며

 

네 이름을 남 몰래 쓴다.

 

타는 목마름으로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여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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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절 의혹' 작품이 버젓이 고등학교 교과서에…

 

김지하의 유명 시 '타는 목마름으로'도 표절 논란에 휩싸여

 

문학평론가 황현산 "발표됐을 때 모두 표절인 걸 알았지만…"     

 

 [서울경제]  2015.06.18     한국아이닷컴 이찬미 기자

 

표절 의혹을 받고 있는 김지하의 시 ‘타는 목마름으로’가 교과서에까지 수록된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일고 있다. 

 

  문학평론가 황현산은 최근 자기 트위터에 “김지하의 ‘타는 목마름으로’가 발표되었을 때, 사람들은 그게 (폴) 엘뤼아르의 표절인 걸 알았지만 말하지 않았다. 민주화의 대의가 중요했기 때문. 지금 생각하면 그게 잘한 일이었는지 묻게 된다”라는 글을 올렸다.

 

  시인 노태맹도 올 초 한 지방지에 게재한 글에서 “김지하의 ‘타는 목마름으로’라는 시는 엘뤼아르의 ‘자유’라는 시를 대 놓고 베낀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타는 목마름으로’가 ‘자유’를 표절했다는 의혹은 오래전부터 제기됐다. 2000년대 중반에도 변형이냐 표절이냐를 놓고 논란이 일었다. 김지하 역시 ‘자유’의 영향을 받아 ‘타는 목마름으로’를 썼다는 건 부정하진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엘뤼아르와 김지하의 작품은 억압 속에서 자유를 부르짖는 강렬한 주제의식, 자유와 민주주의를 각각 의인화해 이인칭으로 호칭하는 점, ‘쓴다’는 행위를 반복해서 열거하는 점 등에서 닮았다. 형식적인 측면에서도 두 시는 모두 짧은 문장을 나열해 작품을 완성한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문단 일각에서는 소설가 신경숙이 한 문단의 유사성 때문에 표절 시비에 휘말린 만큼 이참에 김지하의 작품에 대해서도 시비를 가려야 한다는 지적이 조심스럽게 일고 있다. ‘타는 목마름으로’의 표절 시비를 명확하게 가려야 하는 이유는 이 시가 교과서에까지 수록돼 있을 정도로 유명한 데다 수많은 국민에게 큰 영향을 끼치고 있기 때문이다.  기자가 취재한 결과 현재 고등학교 문학 교과서 2종에 ‘타는 목마름으로’가 수록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수많은 학생이 표절 의혹이 있는 작품이라는 사실을 모른 채 작품을 접하는 셈이다. 언어영역 모의고사에도 ‘타는 목마름으로’가 종종 지문으로 등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험생들이 다른 교과서에 수록된 시까지 공부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시를 접하지 않은 학생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워낙 주제와 호소력이 강한 탓에 작품을 읽고 감명 받은 학생도 적잖다. 한 네티즌은 “수능을 두 번 공부했고 언어영역을 공부할 때마다 이 시(‘타는 목마름으로’)를 읽고 가슴이 뛰고 뭉클해졌던 기억이 난다”는 글을 자기 블로그에 올리기도 했다.

 

  ‘타는 목마름으로’는 정치인들에게까지 큰 영향을 끼친 작품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정몽준 전 새누리당 최고위원이 ‘타는 목마름으로’를 애송시로 꼽은 적이 있다. ‘타는 목마름으로’를 원작으로 한 동명의 민중가요도 유명하다. 안치환 김광석 등 유명 가수가 불러 일반인에게까지 잘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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