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01.09 01:22

고향집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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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집 사진
- 생가를 생각하며


고국을 방문한 아들녀석이
내 살던 옛집을 사진기에 담아 왔다
꿈에도 아슴푸레 잊지 못하여
그림으로나마 한번쯤 보고 싶다는
아비의 부탁 때문이었다

우리 동기 육 남매 나서 자란 집
박넝쿨 가득했던 초가 지붕은
그 새 빨간 양철 지붕으로 모자를 썼으나
바람 소리 청량하던 뒷뜰 대나무 숲은
아직도 실하고 푸르러 보인다

방 문 열고 툇마루에 나서면
눈앞에 펼쳐지는 하이얀 모래밭 너머로
파아란 바다가 온통 출렁이는 집
눈만 뜨면 가슴 설레도록 다가오는
동해의 일출 황홀하게 바라보며
꿈 많은 소년으로
십 년 가까이 이 집에서 살았다

세월은 빨리도 흘러서 벌써 반 백년
그 세월에 눌려
오늘도 고향집 사진 바라보며
나는 조용히 은퇴 후를 생각한다
언제쯤일까 아직 알 수는 없지만
이민생활 정리하고 나 고향으로 돌아가면
내가 태어나 꿈꾸며 자랐던 집
그 툇마루에 드러누워
다시금 푸른하늘과
출렁이는 바다를
가슴 가득히 안게 될 것이다


<1999. 10.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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