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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따라 국수가 먹고 싶다




이상국 시인의 ‘국수가 먹고 싶다’를 읽고나니
오늘 나도 갑자기 국수가 먹고 싶다
미ㅍ도, 미ㅇ도 없었던 나의 유년 시절
조미료란 단어조차 내게 생소했던 그 시절
그 때 시골 잔치집에서 먹던 그 국수가 먹고 싶다
이웃집 누나 시집 가는 건 나와 상관없었다
건너집 형 장가가는 것은 나와 전혀 무관했다
다만 우리 엄마 그 잔치집에 가서 익숙한 솜씨로
기계처럼 정밀하게 말아주던 그 이바지 국수
멸치다시마 국물에 삶아둔 국수 한줌 집어넣고
호박나물, 계란채, 김 부순가루 고명으로 얹어
실파 다져 깨소금에 버무린 간장을 양념으로 쳐서 먹던
그런 국수가 오늘따라 유달리 먹고 싶다
동무들과 천진하게 딩굴고 숨가쁘게 뛰어놀며
잔치집 천막 주위를 빙빙 돌아다니다가
배가 좀 훌쭉하다 싶으면 부억곁으로 달라가서
‘엄마’하고 한마디만 소리 지르면
울 엄마는 잘도 아들 목소리를 기억해서
이내 국수 한 사발을 군말없이 말아주신다
많이 먹으면 배가 나올텐데,
과식하면 배탈나서 고생할텐데,
이런 얘기 한 번도 해주지 않고
정말 배가 고픈지 안고픈지 물어도 안보시고
아들이 맛있게 먹는 것만 즐거워서
한 번도 거절하지 않고 국수를 말아주신 울 엄마
오늘 정월 대보름날, 남의 시를 읽다 그 기억을 떠올리니
이바지 국수 먹고 싶은 그 이상으로
갑자기 돌아가신 어머니가 엄청 보고 싶어진다
오늘밤에는 꼭 보름달을 자세히 쳐다봐야지
인자하신 우리엄마를 많이 많이 닮았거든

<2004. 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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