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06.04 10:31

망亡자와의 통화

조회 수 899 추천 수 281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망亡자와의 통화



혼자 시내에 나갔다가
몇 군데 볼 일을 마치고 남은 시간에
문득 간암으로 투병중인 친구가 보고 싶어
전화를 건다
공중전화 박스에서 십원짜리 동전 2개를 넣고
발신음을 확인한 뒤 또박 또박 다이얼을 돌려
고덕동 어디쯤에 살고 있는
그의 집에 신호가 이른다
상대 전화의 목소리는 나어린 소녀
그에게 딸이 있었는지는 기억조차 없는데
딸아이는 내 말대로 아비인 내 친구를 바꿔 준다
대충 안부를 하나 하나 나눠 묻고 대답한 뒤
지금 집으로 문병을 가겠다고 말하니까
그는 잠시 아내의 의사를 살피는가 싶더니
끝내 묵묵부답이다
더 기다릴 수 없어 부득불 수화기를 내려 놓고
다시 전화를 걸까 말까 고심하는 사이에
꿈은 깨었다
침대에 누운 채 얼핏 생각해도
그를 저 세상으로 보낸지가
어언 20년이 지난듯 하다
에이, 못난 친구

<2004. 6. 3>



*망亡자는 나의 죽마지우로 이름은 최창식.
그는 공군 75기로 백령도에서 복무하였고
제대후에는 국방부에서 문관으로 일했다.
아들의 이름은 형두. 미망인의 이름은
잊었는데 지금쯤 어디서 어떻게 사는지?
?

  1. 이상동몽異床同夢

    Date2015.08.12 Category현대시조 By오정방 Views53
    Read More
  2. 저렇게도 푸른 하늘이

    Date2015.08.12 Category수필 By오정방 Views171
    Read More
  3. 상사화相思花

    Date2015.08.12 Category현대시 By오정방 Views102
    Read More
  4. 흘러간 짝사랑

    Date2015.08.12 Category현대시 By오정방 Views245
    Read More
  5. 수국은 저토록 탐스럽게 피어나고

    Date2015.08.12 Category수필 By오정방 Views340
    Read More
  6. 죽음에 이르는 또 다른 병

    Date2015.08.12 Category현대시 By오정방 Views94
    Read More
  7. 부활의 그 날에

    Date2015.08.12 Category현대시조 By오정방 Views424
    Read More
  8. 그런 마을에서

    Date2015.08.12 Category현대시 By오정방 Views48
    Read More
  9. 어머니

    Date2015.08.12 Category이장시조 By오정방 Views77
    Read More
  10. 기러기 떼, 줄지어 날아가는 이유는

    Date2004.06.04 By오정방 Views820
    Read More
  11. 망亡자와의 통화

    Date2004.06.04 By오정방 Views899
    Read More
  12. 바다를 바라보고 있으면

    Date2004.06.04 By오정방 Views634
    Read More
  13. 강을 보다, 바다를 보다

    Date2004.06.04 By오정방 Views660
    Read More
  14. 권장해야할 정경유착

    Date2004.06.04 By오정방 Views690
    Read More
  15. 할 말이 남았는데 (2)

    Date2004.05.25 By오정방 Views564
    Read More
  16. 할 말이 남았는데

    Date2004.05.25 By오정방 Views614
    Read More
  17. 토사高팽

    Date2004.05.25 By오정방 Views785
    Read More
  18. 잊어버린 우편번호

    Date2004.05.21 By오정방 Views986
    Read More
  19. 무엇이관대

    Date2004.05.09 By오정방 Views536
    Read More
  20. 동갑내기의 전화

    Date2004.05.09 By오정방 Views485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43 44 45 46 47 48 49 50 51 52 ... 54 Next
/ 54

회원:
0
새 글:
0
등록일:
2015.07.07

오늘:
6
어제:
3
전체:
193,6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