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06.04 10:31

망亡자와의 통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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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亡자와의 통화



혼자 시내에 나갔다가
몇 군데 볼 일을 마치고 남은 시간에
문득 간암으로 투병중인 친구가 보고 싶어
전화를 건다
공중전화 박스에서 십원짜리 동전 2개를 넣고
발신음을 확인한 뒤 또박 또박 다이얼을 돌려
고덕동 어디쯤에 살고 있는
그의 집에 신호가 이른다
상대 전화의 목소리는 나어린 소녀
그에게 딸이 있었는지는 기억조차 없는데
딸아이는 내 말대로 아비인 내 친구를 바꿔 준다
대충 안부를 하나 하나 나눠 묻고 대답한 뒤
지금 집으로 문병을 가겠다고 말하니까
그는 잠시 아내의 의사를 살피는가 싶더니
끝내 묵묵부답이다
더 기다릴 수 없어 부득불 수화기를 내려 놓고
다시 전화를 걸까 말까 고심하는 사이에
꿈은 깨었다
침대에 누운 채 얼핏 생각해도
그를 저 세상으로 보낸지가
어언 20년이 지난듯 하다
에이, 못난 친구

<2004. 6. 3>



*망亡자는 나의 죽마지우로 이름은 최창식.
그는 공군 75기로 백령도에서 복무하였고
제대후에는 국방부에서 문관으로 일했다.
아들의 이름은 형두. 미망인의 이름은
잊었는데 지금쯤 어디서 어떻게 사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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