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문장, 이것만이라도 알고 쓰자 (2부)

2015.08.08 11:56

동아즐 김태수 조회 수:357

 

7. 제목은 독자를 잡아두는 역할을 한다.

제목은 독자를 자신의 수필 앞에 잡아두는 역할을 한다. 독자를 내 독자로 만드는 최초의 역할은 제목이 한다. 독자를 잡는 데는 어느 감각 활동을 동원하든 괜찮다. 그 선택은 작가가 하여야 할 일이며, 특권이다. 다만 수필의 제목이 너무 감각에만 치우쳐서 독자들에게 가벼운 느낌을 주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제목은 글의 내용을 읽지 않아도 되도록 독자들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바쁜 독자들을 이내 잃게 된다. 글 속의 깊은 의미를 찾기 이전에 조그만 의미 섭취로 만족하고 떠날 것이 뻔하다. 예를 들어 ‘나의 잊지 못할 여고시절’이란 제목을 보고 그 글을 끝까지 읽고 앉아 있을 독자는 하나도 없다. 가능한 제목은 상징적이도록 하되 주제를 의식하여 만들어야 한다. 수필에서는 굳이 내용을 요약할 일이 아니다. 제목은 독자들을 잡아두는 역할이 더 크다.

제목은 집필 전에 정하든, 집필 완료 후에 정하든 상관이 없다. 다만 글을 다 쓴 후에 타당한 제목인지를 점검하는 기회를 반드시 가져야 한다.

 

 

 

8. 주술관계에 어긋남이 없도록

주어와 서술어는 정확히 맞아야 한다. 누구나 글을 쓰면서 이런 일이 있을까 싶기도 하지만, 의외로 틀리는 경우가 많다. 그 원인은 말할 것도 없이 긴 문장을 쓰기 때문에 빚어진다. 하나의 문장에 여러 이야기를 넣으려는 욕심이 이런 결과를 초래한다. 한 문장에 하나의 이야기만 한다면 절대 이런 모순은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머릿속에서 생각은 많이 진행되었는데 문장이 따라잡지를 못하여 그렇게 되는 것이다.

앞 문장에서 나온 주어가 반복될 때에는 생략이 가능하다. 그러나 앞뒤 문장의 주어가 다를 때에는 문맥에 혼란을 주어 생략해서는 안 된다.

 

 

 

9. 정확한 시제

문장의 시제는 맞아야 한다. 대부분 수필 문장에서 묘사의 경우는 현재형으로 해도 무방하나 지난 세월의 사실 기록은 과거형을 사용하는 것이 무난하다. 한 문장 안에서 이 시제가 어긋나면 독자들에게는 커다란 혼란을 야기하게 된다. 정확한 의미 파악을 위해서도 문장 안에서의 시제 파악은 정확해야 하고, 올바르게 사용해야 혼란이 없다.

 

 

 

10. 정확한 시점의 사용

수필은 작가의 고백 문학이므로 대부분 일인칭 주인공 시점을 선택한다. 그러나 수필의 시점을 일인칭 주인공 시점만으로 한정하여 족쇄를 채울 일은 아니다. 얼마든지 다양한 시점을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시점의 다양화를 위해 변화를 주는 시점 시도는 지양해야 한다. 반드시 글의 내용과 주제에 따라 요구되는 시점을 선택해 사용해야 한다. 모든 문장의 조건은 글의 주제 전달을 위해 시도되는 모험인 것이다.

 

 

 

11. 열거에도 순서가 있다.

열거하는 어휘들의 신분은 같은 것이어야 한다. 통사론적으로도 같은 것이어야 하지만, 성질도 열거하는 범주 안에서는 그 속성이 같아야 한다. 명사를 열거하다가 동사를 열거할 수 없고, 물건을 열거하다가 사람을 열거할 수 없다.

또 수식어가 붙을 때에는 열거가 훨씬 복잡하게 된다. 앞에 붙어 있는 수식어는 뒤의 어휘에까지 수식의 영향이 미침을 알아야 한다. 가령 ‘뾰쪽한 코와 입’이라면 코는 가능해도 입은 뾰쪽할 수가 없다.

열거에는 반드시 순서가 있다. 정원에 있는 화초를 열거할 때에도 눈에 보이는 대로 열거하는 것이 아니라 정리를 하여야 열거한다. 봄 여름 가을 겨울로 가르고, 초본과 목본을 가르고, 그것도 꽃의 피는 순서나 크기에 따라 질서 있게 기술하여야 한다.

 

 

 

12. 부사의 남용에 주의

부사의 남발은 주의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부사는 강조의 개념이 있다. 부사가 들어감으로써 의미가 강해지고 다급해진다. 경우에 따라서는 초조하기까지 하다. 이것이 부사가 가지고 있는 속성이다. 문장에서 부사를 사용하면 그 순간은 의미가 강하게 되는 것처럼 느껴질지 모르나 자주 써서 모든 문장이 부사를 공히 끌어안고 있게 되면 강조한 말이 너무 많아 괜히 분위기만 경직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되도록 부사를 적게 사용해 원만한 작품 분위기를 만들 필요가 있다.

접속부사의 과다 사용은 독자들에게 식상함을 준다. 물론 문맥을 맞추는 데는 접속부사만큼 용이한 것이 없다. 하지만 이 접속부사를 자주 사용하면 문장의 묘미를 살릴 수 없다. 접속부사를 덜 시용하면서 문맥을 이어나가는 기술을 습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래야 문장력 강화에도 도움을 준다. 만약 사용할 때는 그 기능에 대해 정확히 알고 사용해야 한다.

 

 

 

13. 형용사보다는 동사를 많이 사용해야

서술어에는 동사와 형용사가 있다. 문장의 주체가 되는 말의 움직임이나 작용을 나타내는 말이 동사이고, 사람이나 사물의 성질이나 상태, 또는 존재를 나타내는 말이 형용사이다. 두 품사의 말은 모두 서술어의 기능을 가지고 있으나 그 성질은 조금 다르다. 동사는 움직임을 나타냄으로 동적이라면, 형용사는 상태를 그려줌으로 정적이다. 그래서 동사를 많이 사용한 문장은 힘차고 역동적인데 반해 형용사를 많이 사용한 문장은 정적이고 나약하다. 문장을 씀에 형용사를 많이 써서 힘이 약한 문장을 만들 필요는 없다. 동사를 많이 사용하여 힘이 넘치는 문장을 만들 필요가 있다. 더구나 전 세계 언어 중 형용사가 가장 많이 발달한 한국어에서는 강력한 문장을 만들기 위해서라도 동사를 많이 사용하는 방법이 모색되어야 한다.

 

 

 

14. 조사의 사용은 정확해야

조사가 정확하지 않으면 문맥은 혼란에 빠진다. 조사의 수는 무수히 많고, 그 기능도 천차만별하다. 그토록 예민한 조사를 정확한 의미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그렇겠지 하며 막연히 알고 있는 지식을 토대로 사용하게 되면 큰 실수를 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조금이라도 미심쩍은 것은 사전을 찾는 습관을 몸에 배도록 하여야 한다.

 

 

 

15. 지시어의 사용은 정확하게

확실한 근거 없이 지시어가 모호하게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 더러 작가에 따라서는 습관적으로 지시어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이는 각별히 자신의 집필 습관을 점검해 보면서 바로 잡아줄 필요가 있다.

 

적어도 작가라면 훌륭한 문장을 쓸 수 있어야 한다. 작가가 써 놓은 글에 엉터리 문장이 끼어 있다면 그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문장의 중요성은 아무리 말해도 지나침이 없다. 자신도 모르게 습관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우리말에 허물이 있다면 치료해야 한다. 이러한 과감한 치료는 자신의 문학세계를 보다 넓게 잡아주는 기능을 할 것은 자명하다.

 

 

 

 

강돈묵

거제대학교 교수, 수필가, 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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