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소리/정용진 시인

2015.08.10 13:54

정용진 조회 수:74

<조국광복 70주년을 맞이하여>

북소리

                   정용진 시인

둥 둥 둥

둥 둥 둥

북이 울린다.

 

마디마디

꺽이는 가락에

목이 메인

슬픈 민중.

가슴이 찢어지는

아픔으로

 

둥 둥 둥

둥 둥 둥

북이 울린다.

혼으로 외치는 간구에

하늘이 열리고

()으로 떠는

애통에

땅이 흐느낀다.

 

둥 둥 둥

둥 둥 둥

길 없는 천지를

소리 따라 나서는

망국의 설움

이었다 끊기고

끊겼다 이어지며

북이 울린다.

 

둥 둥 둥

둥 둥 둥

서천이

황혼으로 물드는 고향 벌

앗기고 밟히고

피멍이 들어 텅 비인

민중의 가슴 속에

북소리가 차오른다.

 

저 소리는

어디서 오는 가

저 광망은 어디서 솟는 가

36년의

아픈 사슬을 끊고

잘린 지맥에서

붉은 피 흐르는 소리

뜨거운 심장이 뛰는

 

맥박의 소리.

눈이 있어도 빛이 없고

귀가 있어도

입이 막혔던

적막강산

 

이 푸른 흙 가슴에

말뚝을 박던 놈은 누구냐

그것이 옳다던 역적들은 다

어디 갔느냐.

 

쌀 뒤지를 잃고

옥수수로 연명하며

한없이 울던 민중

내선일체를 외치던

병든 지성은 어디 있느냐.

 

성명을 빼앗기고

언어를 빼앗기고

선열들이 심어 준

민족혼마저 약탈당한

 

암흑의 36!

비통의 36!

절망의 36!

그러나 보라!

 

천 지 인의

위대한 결합

우렁찬 합창.

 

하늘이 열리고

땅이 트이고

빛이 쏟아진

1945815

광복의 아침

 

우리 모두는

기뻐했다

용서했다

서로 얼싸안았다.

 

둥 둥 둥

둥 둥 둥

북이 울린다.

서러웠던

역사의 강물 위에

힘차게 흘러드는

 

창조의 물결

개혁의 물결

통일의 물결

 

부정도 버려라

부패도 버려라

사욕도 버려라

 

경천애인(敬天愛人)

홍익인간(弘益人間)

거룩한 민족혼이

한강에서 대동강으로

줄기차게 굽이치는 이아침

 

둥 둥 둥

둥 둥 둥

인내천(人乃天)

광제창생(匡濟蒼生) 보국안민(輔國安民)

피 끓는 목소리

 

북이 울리고 있다

북이 울리고 있다.

둥 둥 둥

둥 둥 둥

      

위대한 민중이여!

거룩한 백성이여!

조국의 영광이여!


회원:
2
새 글:
0
등록일:
2015.02.14

오늘:
1
어제:
0
전체:
291,5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