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

공항 대합실

by 오정방 posted Aug 12,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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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다로운 탑승수속을 끝내고
공항 대합실에서
타고갈 비행기의 탑승절차를 기다리는 동안
남은 생애에 두 번 다시 만나지 못할
수 많은 사람들과 우연히 만난다
훗날 다시 얼굴을 본다 해도
전혀 그 모습을 기억하지 못할
내 삶 밖의 사람들
인종도 국적도 신분도 이름도 나이도 모르는
그리고 알 필요조차 없는 낯선 초면의 사람들
저마다 제 나름대로의 표정으로
시간을 죽이고 있다
독서를 하고 있는 사람
신문을 읽고 있는 사람
쎌폰을 걸고 있는 사람
대화를 나누고 있는 사함
노트북을 다루고 있는 사람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고 있는 사람
눈을 감고 반짝 잠을 청하고 있는 사람
주위를 의식치 않고 입을 맞추는 남녀들
그 속에 나도 썪이어
전에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었던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자세와 표정관리에 신경이 쓰이는
공항 대합실

                 <2004. 8. 15/엘에이 공항에서>


*미주문협 ‘2004 여름문학캠프’ 참석차
1박 2일간 엘에이를 다녀왔다.
8. 14 포틀랜드/엘에이 UA 167 06:00-0810
8. 15 엘에이/포틀랜드 UA1208 19:38-21: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