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
2015.08.12 05:38

어느 슬픈 인생의 옛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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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더 이상 무위도식 할 수 없었다
딸린 식구들을 위해 지게품이라도 팔아야
끼니를 이을 수 있는 서글픈 인생이 되었다
어렵사리 지게 하나를 장만하여
용산역에 나가서 닥치는대로 짐을 날라주고
몇푼씩 받아 연명하고 있었다
이래서는 세상 사는 맛이 나지 않는다고
일확천금을 꿈꾸며 100원 주고 복권 1장을 샀다
1억원이 당첨되면 이렇게 이렇게 쓰겠다고
밤마다 기왓집을 몇채나 짓고 허물었다
그러면서 복권번호를 반복해서 줄줄 외웠다
14721472 일사천리일사천리
복권이 발표되는 날 지게품을 가다말고
길가 라디오 수리가게 스피커에 귀를 댔다
고물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소릴 듣고
그가 심장이 금 새 멎는 것 같았던 것은
복권당첨번호는 14721472라고 보도했기 때문이다
당첨, 당첨이다, 1억원 당첨이다
이젠 이까짓 지게따위는 필요없다고 외치면서
단숨에 달려가 지게를 벗어 한강에 힘껏 던졌다
은행에 도착하여 가쁜 숨을 고르며 당첨금을 달라고
번호를 달달 외우면서 행원에게 요청했다
여직원이 당첨복권을 보여달라고 하니까
그 때에서야 뒷통수를 얻어 맞은듯 정신이 바짝났다
너무너무 중요한 복권이었던지라
지게춤에 깊숙히 남모르게 숨겨두었던 것을
그제서야 기억해 냈지만 때는 이미 너무 늦었다

                               <2004. 8.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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