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을 쓸어내버린 이유는
오정방
보기드물게 해맑은 초겨울의 공휴일 아침
뒷뜰 잔디밭에 내려앉은 낙엽들을
아내와 함께 두세시간 투자해서
말끔히 긁어내 버렸습니다
그냥두어도 바람이 세차게 몇 번 불어
모두 한 구석으로 몰아 놓은 적도 여러 해 있었지만
올해 그런 바람은 우리집까지 올 겨를이 없이
황량한 들판에만 아직 머물고 있는 모양입니다
굳이 낙엽을 이렇게 쓸어내버린 이유는
눈내릴 한 겨울이 가까이 다가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티없는 푸른잔디 위에 백설기 같은 흰눈을
고스란히 받아내고 싶기 때문입니다
이것도 일이라고 허리 한 번 크게 펴보는 사이에
가을 옷을 거침없이 벗어버린 나목들은
우리를 향해 벌써부터 빙긋이 웃고 있었습니다
<2004. 11.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