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은 아직 오시지 않고
오정방
함박눈이 펑펑 쏟아지면 동심으로 돌아가
얼굴을 하늘로 쳐들고
눈꽃들을 맞아보며
눈뭉치를 주물러
힘껏 눈팔매도 쳐보고
눈가루를 굴려 눈사람도 만들어보고 싶었는데
그 어느 해 몹시 추웠던 겨울산행
설악산 한 모퉁이를 돌다가 만난
그 찬란하게 핀 설화雪花아래서
넋을 잃고 함께 쳐다봤던 산친구들
시간과 공간을 넘나들며
순진무구한 모습들 떠올려 보고도 싶었는데
눈 대신 얼음비 쏟아져 내려 발을 묶어두니
홍역처럼 찾아온 영하의 겨울한파,
자연의 무쌍한 조화에
한없이 나약한 인간임을 새삼 깨달으며
창문을 통해 이렇게 빈하늘만 쳐다보누나
<2005. 1. 15>
*오늘 포틀랜드에는 새벽부터 Freezing rain 이
내려서 로면이 얼어붙는 바람에 꼼짝 못하고
모든 일정을 취소해야 했다.공항도 폐쇄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