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반란
오정방
1960년대 말,‘70년대 초 내 신혼시절엔
“아들 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
는 보건부의 산아제한 표어가
늘상 귓가를 떠나지 않고 있었다
지구촌의 인구팽창은 가히 폭발적이어서
참으로 옳은 말이다 싶었던 어느 여름 날
예비군훈련장 한 켠에 세워둔 병원차에선
정관수술 독려방송이 계속 흐르고 있었다
3년 터울로 이미 남매를 낳은 뒤인지라
식구에겐 참으로 미안한 일이었지만
사전 의논 한마디 할 사이도 없이
한창 생산력 왕성하던 젊은 시절에
과감하게 그 생산의 길목을 차단해 버렸다
낳은 남매 사랑을 먹고 탈없이 잘 자라
최고학부를 나온 뒤에 각각 짝을 만나서
제 자식들을 낳아 내 품에 안겨준 손녀만
양쪽에서 둘 보태기 둘로 넷이 되었다
너무 험한 세상이라 성별 가리지 말고
자식은 둘만 있어도 족하다고 일렀건만
지난 해 어느 날 아들녀석이 무언의 반란으로
생각지 않던 셋 째를 덜컹 갖고 말았다
손녀가 될지 손자가 될지 아직은 모르지만
주신 생명 감사히 받을 수 밖에 다른 도리가 없는데
기왕지사 이렇게 된 마당에 슬그머니 욕심이 생긴다
하나님이 이 번에 손자를 주시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2005. 2. 22>
번호 | 분류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673 | 풍자시 | 어느 금의환향禁衣還鄕 | 오정방 | 2015.09.08 | 72 |
672 | 수필 | 서울에 첫눈이 왔다는데... | 오정방 | 2015.09.08 | 72 |
671 | 현대시 | 7월이여 잘가라! | 오정방 | 2015.08.27 | 72 |
670 | 현대시 | 가을인줄 알겠습니다 | 오정방 | 2015.09.17 | 72 |
669 | 신앙시 | 나의 잔을 넘치게 하시니… | 오정방 | 2015.09.25 | 72 |
668 | 시 | 먼길 편히 가시옵소서! | 오정방 | 2015.09.01 | 73 |
667 | 수필 | 이 사람을 주목한다 | 오정방 | 2015.08.13 | 73 |
666 | 현대시 | 독도의 화이트 크리스마스 | 오정방 | 2015.08.13 | 73 |
665 | 현대시조 | 주마가편走馬加鞭 | 오정방 | 2015.09.12 | 73 |
664 | 이장시조 | 생生과 사死 1 | 오정방 | 2015.09.14 | 73 |
663 | 현대시 | 문자 받기 | 오정방 | 2015.09.17 | 73 |
662 | 현대시 | 어머니의 허리 | 오정방 | 2015.09.01 | 74 |
661 | 시 | 이 세상에서 가장 확실한 착각 | 오정방 | 2015.08.13 | 74 |
660 | 현대시 | 월드컵, 가자 먼저 16강으로! | 오정방 | 2015.08.27 | 74 |
659 | 현대시 | 아내 흉보기 | 오정방 | 2015.08.29 | 74 |
658 | 현대시 | 자연의 순리順理 | 오정방 | 2015.09.01 | 74 |
657 | 현대시 | 농무濃霧 | 오정방 | 2015.09.12 | 74 |
656 | 현대시조 | 아들의 불혹不惑 | 오정방 | 2015.09.24 | 74 |
655 | 이장시조 | 천만부당지설千萬不當之說 | 오정방 | 2015.08.17 | 75 |
654 | 현대시 | 그대와 함께라면 | 오정방 | 2015.08.27 | 7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