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반란
오정방
1960년대 말,‘70년대 초 내 신혼시절엔
“아들 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
는 보건부의 산아제한 표어가
늘상 귓가를 떠나지 않고 있었다
지구촌의 인구팽창은 가히 폭발적이어서
참으로 옳은 말이다 싶었던 어느 여름 날
예비군훈련장 한 켠에 세워둔 병원차에선
정관수술 독려방송이 계속 흐르고 있었다
3년 터울로 이미 남매를 낳은 뒤인지라
식구에겐 참으로 미안한 일이었지만
사전 의논 한마디 할 사이도 없이
한창 생산력 왕성하던 젊은 시절에
과감하게 그 생산의 길목을 차단해 버렸다
낳은 남매 사랑을 먹고 탈없이 잘 자라
최고학부를 나온 뒤에 각각 짝을 만나서
제 자식들을 낳아 내 품에 안겨준 손녀만
양쪽에서 둘 보태기 둘로 넷이 되었다
너무 험한 세상이라 성별 가리지 말고
자식은 둘만 있어도 족하다고 일렀건만
지난 해 어느 날 아들녀석이 무언의 반란으로
생각지 않던 셋 째를 덜컹 갖고 말았다
손녀가 될지 손자가 될지 아직은 모르지만
주신 생명 감사히 받을 수 밖에 다른 도리가 없는데
기왕지사 이렇게 된 마당에 슬그머니 욕심이 생긴다
하나님이 이 번에 손자를 주시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2005. 2.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