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고의 가곡 <가고파> 전 후편을 다시 듣고나서…
오정방
얼마 전에 국내 최초, 최대의 문학포탈사이트인 ‘문학의즐거움’을
통해 시를 많이 쓰시는 어느 작곡가 한 분이 ‘내가 읽은 좋은 시’
라는 장르로 노산 이은상 선생께서 지으신 시조 <가고파>10수首를
올려 놓은 적이 있었다. 오래 전부터 이 작품을 많이 읽어왔지만 다시
읽어보아도 절절이 고향을 그리는 마음이 깊이 베어 있는 시조임을 새삼 깨닫게 했다.
멀리 고국을 떠나와 이민의 삶을 살다보니 더욱 이 가곡에 대한 애착이 가는 것은
두 말할 필요도 없거니와 가끔 혼자 이 노래를 불러보며 향수를 달랜
적도 한 두 번이 아니다.
몇 해 전에 ‘月刊朝鮮’이 작곡가와 성악가 100명에게 앙케이트를
내어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 최고의 가곡으로는 <가고파>가 선정되었고
최고의 작곡가로는 김동진 선생이 선정된 바 있다.
지금도 모르는 사람은 모를 수 밖에 없는 것은 <가고파>가 시조時調
였나 하는 것과, 전문이 10수首나 되는가 하는 것과, 이것이 모두
다 작곡이 되었는가 하는 점이다.
작시자作詩者와 작곡자 지근에 있었던 입장에서 조금 정리를 해보면 널리
애창되는 <가고파>는 이은상 선생께서 1932년 1월 5일 서울에서
탈고하여 1월 8일 자 동아일보 지상을 통해 발표하신 것이다. 작곡은
그 이듬해인 1933년에 김동진 선생께서 숭실전문 2학년 재학 때,
현대시조를 가르치던 은사 양주동 선생이 동갑내기이자 친구인 노산 선생님의 <가고파>시조를
소개하므로 해서 당시 김동진 학생의 마음을 크게 움직인 것이 계기가
되어 전편(1~4수)을 큰 어려움 없이 작곡하였닥하며 가장 먼저 떠오른
악상은
‘어디간들 잊으리요 그 뛰놀던 고향동무
오늘은 다 무얼하는고 보고파라 보고파’
였다고 작곡자가 밝힌 바 있으며 전편을 발표한지 40년 만인 ‘73년에, 그러니까 젊었던 20대의 작품이
60대에 와서야 완성이 되었고 작곡자 자신도 ‘나의 최고의 가곡작품’이라고 회고 했다.
그런데 이 후편이 작곡 발표될 때에 나는 작시자 가까이 있었던 관계로
발표장인 숙대강당으로 함께 갈 수 있었으며 ‘73년 12월 10일, 후편
(5~10수)첫 발표를 듣고 강한 인상을 받았음은 물론 멜로디가 지금도
흥얼 그려지기는 하지만 이어서 부르기까지는 되지 않아서 많이 고민하였고
그냥 있다가는 영영 들을 기회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이르게 되었다.
목마른 사람이 우물판다고 며칠 전에 서울 인척에게 연락하여 <가고파>
전후편 씨디CD나 테잎을 요청해 보았지만 당시는 씨디 같은 것이
없어서인지 만들지도 않았고 테잎도 시중에서는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발표 후에 만든 엘피LP 축음기 판은 1장 보관하고 있다하여
이것을 이멜로 받아 다시 씨디로 구워서 들어보니 32년 전 그 때의
장면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는 것이 아닌가.
후편은 전편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른 아주 경쾌하면서도 무게가 있는
작품으로 받아들여 졌다. 그 날 ‘노산 이은상 선생 고희기념음악회장'은 모두들 <가고파>에 대한 새로운 느낌과 작곡자의 집념에 큰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당시 독창은 김화용金和勇 테너가, 합창은 숭의여고
합창단이 수고를 하였는데, 이 LP판 녹음할 때는 10편 모두 독창은
그대로 김화용 테너가 불렀지만, 합창은 리틀엔젤스 예술학교합창단이
맡은 걸로 자킷에 나와 있다고 한다.
오늘은 이런 과정을 거쳐 구워낸 씨디를 방송국에 보내서 이곳 FM코리아
방송전파를 통해 특집으로 <가고파>에 얽힌 얘기와 더불어 임옥자
아나운서의 소개로 몇차례 예고를 거친 뒤 미주에서는 처음으로 오레곤의
동포들이 함께 들어볼 수 있게 된 것을 퍽이나 다행으로 생각한다.
나는 라디오 전화 인터뷰를 통해 작시와 작곡에 관한 얘기들에 대하여
보충설명을 하였음은 물론이다.
참고로 <가고파>(이은상 작시) 10수를 다시 아래와 같이 옮겨본다.
<2005. 7. 1>
내 고향 남쪽 바다 그 파란 물 눈에 보이네
꿈엔들 잊으리오 그 잔잔한 고향 바다
지금도 그 물새들 날으리 가고파라 가고파
어린 제 같이 놀든 그 동무들 그리워라
어데 간들 잊으리오 그 뛰놀던 고향 동무
오늘은 다 무얼 하는고 보고파라 보고파
그 물새 그 동무들 고향에 다 있는데
나는 왜 어이타가 떠나 살게 되었는고
온갖 것 다 뿌리치고 돌아갈까 돌아가
가서 한데 얼려 옛날같이 살고지라
내 마음 색동옷 입혀 웃고 웃고 지나고저
그날 그 눈물 없던 때를 찾아가자 찾아가
물 나면 모래판에서 가재 거이랑 달음질하고
물 들면 뱃장에 누워 별 헤다 잠들었지
세상 일 모르던 날이 그리워라 그리워
여기 물어보고 저기 가 알아보나
내 몫엣 즐거움은 아무데도 없는 것을
두고 온 내 보금자리에 가 안기자 가 안겨
처자處子들 어미 되고 동자童子들 아비 된 사이
인생의 가는 길이 나뉘어 이렇구나
잃어진 내 기쁨의 길이 아까워라 아까워
일하여 시름 없고 단잠 들어 죄없은 몸이
그 바다 물소리를 밤낮에 듣는구나
벗들아 너희는 복福된 자다 부러워라 부러워
옛 동무 노 젓는 배에 얻어 올라 치를 잡고
한바다 물을 따라 나명들명 살까이나
맞잡고 그물 던지며 노래하자 노래해
거기 아침은 오고 거기 석양夕陽은 져도
찬 얼음 센 바람은 들지 못하는 그 나라로
돌아가 알몸으로 살거나 깨끗이도 깨끗이
⊙ 발표일자 : 2005년07월 ⊙ 작품장르 : 편안하게하고싶은얘기
kimjs3399 (2012-03-25 02:10:53)
숭의여고합창부에서 만든 LP가 있어요. 김동진선생님이 직접 감독하시고 박명섭선생님이 지휘하셨읍니다.김동진선생님이 직접 관여하셨기 때문에 곡해석이 좀 다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