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국을 잘라주며
오정방
8월 끝자락에
다 피고 시들어버린
수국을 잘라 준다
키도 낮춰주고
몸집도 줄여 준다
통풍도 수월케 해주고
뿌리도 가볍게 덮어 준다
달도 지나고
계절도 넘기고
해 마저 바뀌어서
다시 뜨거운 7월이 오면
활짝 웃고 다시 피어날
그 자태를 머리 속에 그리며
전신을 내 맞겨주는 수국을
조금은 미안한 마음으로
큰 맘 먹고 자르고 또 다듬는다
성숙은 늘 아픔 뒤에 찾아 오나니
영광은 늘 희생 뒤에 따라 오나니
<2005. 8.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