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와 임연수어林延壽魚
오정방
방언으로 ‘이면수, 이민수, 새치’라고도 하는 ‘임연수어’를 생전에
많이 좋아하셨고 식구들을 위해 구워내기를 즐기시던 어머니 생각이
이 저녁에 갑자기 나게 된 것은 오늘 저녁상에 바로 이 생선이 잘
구워져 올라왔기 때문이다.
무슨 얘기를 하다가 ‘우리 어머니는 이면수를 참 좋아하셨지. 나도
참 맛있게 먹었고’ 라는 말을 내가 아내에게 얼마 전에 얘기한 적이
있는데 아내가 이 말을 귀담아 두었다가 마켓에 다녀온 모양이다.
바로 그 이면수라는 것이 ‘임연수어’를 이르는 말임을 알게 된 것은
그리 오래지 않다. 내가 갖고 있는 국어사전을 보다가 우연히 이
단어를 지나 가다가 어머니 생각이 나기로 자세히 보게 된 것인데
‘임연수어林延壽魚’의 ‘임연수’가 사람이름이라는 것도 이 때에
알게 되었다.
발음이 비슷하여 ‘이면수’라고 잘못 불려진 것을 금방 알 수 있었
거니와 이것이 보편화 되어서 방언으로 굳어진 것임도 짐작할 수
있게 되었다.
어머니 성姓씨가 임林씨여서 어머니가 이 고기를 좋아하신 것은 전혀
아닐 것이고 이 생선이 고향바다 동해 부근에서 잘 잡히므로 시장에서
쉽게 살 수 있었던 것이 그 이유가 아닌가 싶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생선맛이 없고서야 어머니가 밥상에 자주 올리셨을까
하는 생각을 또 해본다. 옛날 어느 농부가 임연수어 껍질을 구워먹으며
그 맛에 반하여 매일 이 생선을 사먹다가 그만 주머니가 거덜났다는
얘기까지 들리거니와 옛날이나 지금이나 내가 기억하는 임연수어의
맛은 담백하면서 뒷맛이 좋아 식욕을 돋우기에 충분할 쁜만 아니라 또
무엇보다 비린내가 나지 않아서 참 좋은 생선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이 생선은 원래 우리나라 동해와 일본의 대마도 이북쪽에 많이 서식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몸 빛깔은 암갈색이고 배쪽은 황백색의
연한 빛이며 몸 옆구리에는 약간 검은 색의 띠가 세로로 나있다. 몸은
긴 방추형이며 머리는 작고 입은 비스듬히 찢어져 있다. 그리고 꼬리
지느러미는 깊이 두 갈래로 찢어져 있는데 부화 4년 뒤쯤이면 쳥균
체장이 33~34cm나 되지만 아주 긴 것은 길이가 60cm 가 되는 것도
있는 쥐노래미과에 속하는 바닷불고기라고 한다.
그런데 왜 이 생선의 이름에 하필이면 사람의 이름이 붙여졌을까 하는
의문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보통 우리가 보면 지명이나 거리, 또는
광장 이름을 세종대왕이나 퇴계, 또는 충무공 같이 유명한 사람의
이름을 본따는 경우는 흔히 있는 일이라 치더라도 ‘임연수’라는
이름은 많은 사람들이 다 알듯이 유명하지도 역사적이지도 않은 인물
같은데 사람들이 좋아하는 생선의 이름에다 그 사람의 이름을 붙인
것을 보면 필시 그럴만한 사연이 있을거라는 짐작이 간다. 가령 이
생선을 처음으로 잡았는데 아무도 그 이름을 몰라 자기 이름을
붙였다거나, 남달리 이 생선을 잘 잡으므로 생선의 옛이름은 무시하고
자타가 공인하여 그 이름을 붙여 주었다거나 하는 경우일텐데 그것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할 부분이 없지 않다.
사전에 의하면 이 사람은 관북關北지방 사람이라 하였으니 관북지방
이라면 마천령 북쪽을 일컬음이니 오늘날 함경북도를 이름이 아닌가.
어쨋거나 요즘 같으면 인터넷에 띄워 잠간사이에 소문이 다 퍼지기라도
하겠지만 옛날에는 인터넷도 손전화도 텔레비젼도 없었던 시절이라
소식을 전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았겠는데 이런 생선이름이 ‘임연수어’
라고 모두들 아는 것을 보면 상당한 세월도 흘렀으리라.
아무튼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이날 저녁 식사 한 번 맛있게 먹었다.
‘88년 봄이었으니까 어머니 가신지도 어언 17년 하고도 반 년이 지났다.
이제는 세월이 빠르다는 것조차 오히려 실감이 나지 않을만큼 느껴지니
이 또한 어쩐 일인가?
<2005. 9. 24>
오정방
방언으로 ‘이면수, 이민수, 새치’라고도 하는 ‘임연수어’를 생전에
많이 좋아하셨고 식구들을 위해 구워내기를 즐기시던 어머니 생각이
이 저녁에 갑자기 나게 된 것은 오늘 저녁상에 바로 이 생선이 잘
구워져 올라왔기 때문이다.
무슨 얘기를 하다가 ‘우리 어머니는 이면수를 참 좋아하셨지. 나도
참 맛있게 먹었고’ 라는 말을 내가 아내에게 얼마 전에 얘기한 적이
있는데 아내가 이 말을 귀담아 두었다가 마켓에 다녀온 모양이다.
바로 그 이면수라는 것이 ‘임연수어’를 이르는 말임을 알게 된 것은
그리 오래지 않다. 내가 갖고 있는 국어사전을 보다가 우연히 이
단어를 지나 가다가 어머니 생각이 나기로 자세히 보게 된 것인데
‘임연수어林延壽魚’의 ‘임연수’가 사람이름이라는 것도 이 때에
알게 되었다.
발음이 비슷하여 ‘이면수’라고 잘못 불려진 것을 금방 알 수 있었
거니와 이것이 보편화 되어서 방언으로 굳어진 것임도 짐작할 수
있게 되었다.
어머니 성姓씨가 임林씨여서 어머니가 이 고기를 좋아하신 것은 전혀
아닐 것이고 이 생선이 고향바다 동해 부근에서 잘 잡히므로 시장에서
쉽게 살 수 있었던 것이 그 이유가 아닌가 싶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생선맛이 없고서야 어머니가 밥상에 자주 올리셨을까
하는 생각을 또 해본다. 옛날 어느 농부가 임연수어 껍질을 구워먹으며
그 맛에 반하여 매일 이 생선을 사먹다가 그만 주머니가 거덜났다는
얘기까지 들리거니와 옛날이나 지금이나 내가 기억하는 임연수어의
맛은 담백하면서 뒷맛이 좋아 식욕을 돋우기에 충분할 쁜만 아니라 또
무엇보다 비린내가 나지 않아서 참 좋은 생선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이 생선은 원래 우리나라 동해와 일본의 대마도 이북쪽에 많이 서식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몸 빛깔은 암갈색이고 배쪽은 황백색의
연한 빛이며 몸 옆구리에는 약간 검은 색의 띠가 세로로 나있다. 몸은
긴 방추형이며 머리는 작고 입은 비스듬히 찢어져 있다. 그리고 꼬리
지느러미는 깊이 두 갈래로 찢어져 있는데 부화 4년 뒤쯤이면 쳥균
체장이 33~34cm나 되지만 아주 긴 것은 길이가 60cm 가 되는 것도
있는 쥐노래미과에 속하는 바닷불고기라고 한다.
그런데 왜 이 생선의 이름에 하필이면 사람의 이름이 붙여졌을까 하는
의문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보통 우리가 보면 지명이나 거리, 또는
광장 이름을 세종대왕이나 퇴계, 또는 충무공 같이 유명한 사람의
이름을 본따는 경우는 흔히 있는 일이라 치더라도 ‘임연수’라는
이름은 많은 사람들이 다 알듯이 유명하지도 역사적이지도 않은 인물
같은데 사람들이 좋아하는 생선의 이름에다 그 사람의 이름을 붙인
것을 보면 필시 그럴만한 사연이 있을거라는 짐작이 간다. 가령 이
생선을 처음으로 잡았는데 아무도 그 이름을 몰라 자기 이름을
붙였다거나, 남달리 이 생선을 잘 잡으므로 생선의 옛이름은 무시하고
자타가 공인하여 그 이름을 붙여 주었다거나 하는 경우일텐데 그것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할 부분이 없지 않다.
사전에 의하면 이 사람은 관북關北지방 사람이라 하였으니 관북지방
이라면 마천령 북쪽을 일컬음이니 오늘날 함경북도를 이름이 아닌가.
어쨋거나 요즘 같으면 인터넷에 띄워 잠간사이에 소문이 다 퍼지기라도
하겠지만 옛날에는 인터넷도 손전화도 텔레비젼도 없었던 시절이라
소식을 전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았겠는데 이런 생선이름이 ‘임연수어’
라고 모두들 아는 것을 보면 상당한 세월도 흘렀으리라.
아무튼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이날 저녁 식사 한 번 맛있게 먹었다.
‘88년 봄이었으니까 어머니 가신지도 어언 17년 하고도 반 년이 지났다.
이제는 세월이 빠르다는 것조차 오히려 실감이 나지 않을만큼 느껴지니
이 또한 어쩐 일인가?
<2005. 9.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