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늘공장 공장장님만 읽어보세요
-바늘귀를 좀 더 크게는 안되나요?
오정방
가을이 저물어 가는 어느 토요일 오후에 저녁 초대를 받고 집을
나설 준비를 하는데 캐주얼 복장이 좋겠다 싶어 까만 샤츠를 챙겨
입었다. 그 때 소매자락 단추가 스르러 풀리더니 그냥은 입고 나갈
수 없게끔 단추가 바닥에 뚝 떨어지는게 아닌가.
그러면 다른 옷을 갈아입고 나가던가 아니면 단추를 주워서 다시
달던가 양단간에 결정을 해야 하는데 나는 후자를 택해서 외출
준비가 다 된 아내에게 단추를 달아달라고 부탁했다. 나 자신이 단추
정도 달지 못할 실력이 없는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그런 일은 숙달된
아내의 몫이다 생각하고 요청을 하게 되었는데 아내는 토방구리*를
갖고 와서 아내가 단추를 달려고 하는데 바늘에는 흰 실이 꿰어져
있지 않은가.
새 바늘을 찾아서 까만 실을 꿰어보는데 왜 그렇게도 바늘귀 구멍이
작은지, 아니 작게 만들었는지 이리 저리 애를 써보지만 좀체 바늘
구멍이 실을 삼키지 않고 자꾸 거부하는 것이다.
까만 실에 힘이 없어서 그런가하고 침을 발라 다시 시도해 보아도
막무가내로 실패만 하고 있다. 몇 십년 바늘을 다룬 사람이 바늘귀에
실을 꿰는데 그렇게 시간이 걸리느냐고 웃으며 한마디 하고서는 어디
이리줘보라 하고는 내가 조심스레 실을 가다듬어 천천히 바늘귀로
가져갔지만 역시 성공은 못하였다. 시간은 자꾸 흐르고 마음은 급하고
처음 가는 집이어서 주소를 보고 찾아가야 하기도 하고 해서 까만 실로
단추를 달기에는 시간여유가 없었다. 그래서 나중에 다시 갈아 달기로
하고 우선 실이 꿰어져 있는 하얀 실로 단추를 달고 나가기로 결정하고
나니 아내는 순식간에 소매 단추를 달아 주었다.
바늘귀 구멍에 실을 꿰는 실랑이를 하면서 내가 투덜대는 말은 아니
바늘구멍을 좀 더 크게 뚫어 놓으면 실도 술렁 술렁 잘 들어가고
쇳덩이도 많이 절약되고 눈이 좀 어두운 노인네도 신경을 덜 쓰게 되어
얼마나 좋은가 하면서 얼굴도 성도 이름도 알지 못하는 바늘공장장을
잠시 탓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글을 읽는 공장장님은 얘기할 것이다. 모르는 소리라고. 바늘
귀구멍이 클려면 바늘대가 굵어야 하고 침봉이 굵으면 당연히 쇠가 더
소모되어야 하고. 그 뿐인가? 바늘이 굵으면 단추에 뚫린 구멍도 따라서
커야 하고 구멍이 크려면 단추도 따라서 커야 하며 굵은 바늘 때문에
옷감의 상처도 더 커질 뿐만 아니라 옷에 뚫을 단춧구멍도 곁드려
키워야 하니 이만 저만 경제적 손실이 아니라고.
노안으로 인해 돋보기를 써도 때로는 이렇게 바늘 실도 잘 꿰지 못하는
내 탓으로 돌려야할 일이지 절대 바늘공장장님의 잘못이 아님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우리가 벌써 이 나이를 지나가고 있음을 나와 아내가 왜
모르겠는가. 서글픈 일이다.
우리부부는 그날 저녁에 예정대로 초대 받은 집에서 저녁대접을
잘 받았는데 많은 사람들이 모였지만 아무도 나의 소매단추의 실
색깔이 한 쪽은 흰실이고 한 쪽은 검정실이어서 양쪽이 언발란스라고
말하는 사람도, 또 그것조차 발견한 사람은 그 누구도 없었다.
즐거운 마음으로 집에 돌아왔고 단추를 다시 달아야겠다는 생각은
까맣게 잊은 채 벌써 몇날이 지나갔다. 그냥 둔다한들 누가 탓하랴.
아내에게 다시 신경 쓸 일을 기억해 주고 싶지 않아서 나도 모른 척
새로 버꿔달지 않고 그냥 입기로 했다. 실색깔이 서로 다른 것도
하나의 멋이라면 멋이라고 생각하면서.
<2005. 11. 14>
-바늘귀를 좀 더 크게는 안되나요?
오정방
가을이 저물어 가는 어느 토요일 오후에 저녁 초대를 받고 집을
나설 준비를 하는데 캐주얼 복장이 좋겠다 싶어 까만 샤츠를 챙겨
입었다. 그 때 소매자락 단추가 스르러 풀리더니 그냥은 입고 나갈
수 없게끔 단추가 바닥에 뚝 떨어지는게 아닌가.
그러면 다른 옷을 갈아입고 나가던가 아니면 단추를 주워서 다시
달던가 양단간에 결정을 해야 하는데 나는 후자를 택해서 외출
준비가 다 된 아내에게 단추를 달아달라고 부탁했다. 나 자신이 단추
정도 달지 못할 실력이 없는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그런 일은 숙달된
아내의 몫이다 생각하고 요청을 하게 되었는데 아내는 토방구리*를
갖고 와서 아내가 단추를 달려고 하는데 바늘에는 흰 실이 꿰어져
있지 않은가.
새 바늘을 찾아서 까만 실을 꿰어보는데 왜 그렇게도 바늘귀 구멍이
작은지, 아니 작게 만들었는지 이리 저리 애를 써보지만 좀체 바늘
구멍이 실을 삼키지 않고 자꾸 거부하는 것이다.
까만 실에 힘이 없어서 그런가하고 침을 발라 다시 시도해 보아도
막무가내로 실패만 하고 있다. 몇 십년 바늘을 다룬 사람이 바늘귀에
실을 꿰는데 그렇게 시간이 걸리느냐고 웃으며 한마디 하고서는 어디
이리줘보라 하고는 내가 조심스레 실을 가다듬어 천천히 바늘귀로
가져갔지만 역시 성공은 못하였다. 시간은 자꾸 흐르고 마음은 급하고
처음 가는 집이어서 주소를 보고 찾아가야 하기도 하고 해서 까만 실로
단추를 달기에는 시간여유가 없었다. 그래서 나중에 다시 갈아 달기로
하고 우선 실이 꿰어져 있는 하얀 실로 단추를 달고 나가기로 결정하고
나니 아내는 순식간에 소매 단추를 달아 주었다.
바늘귀 구멍에 실을 꿰는 실랑이를 하면서 내가 투덜대는 말은 아니
바늘구멍을 좀 더 크게 뚫어 놓으면 실도 술렁 술렁 잘 들어가고
쇳덩이도 많이 절약되고 눈이 좀 어두운 노인네도 신경을 덜 쓰게 되어
얼마나 좋은가 하면서 얼굴도 성도 이름도 알지 못하는 바늘공장장을
잠시 탓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글을 읽는 공장장님은 얘기할 것이다. 모르는 소리라고. 바늘
귀구멍이 클려면 바늘대가 굵어야 하고 침봉이 굵으면 당연히 쇠가 더
소모되어야 하고. 그 뿐인가? 바늘이 굵으면 단추에 뚫린 구멍도 따라서
커야 하고 구멍이 크려면 단추도 따라서 커야 하며 굵은 바늘 때문에
옷감의 상처도 더 커질 뿐만 아니라 옷에 뚫을 단춧구멍도 곁드려
키워야 하니 이만 저만 경제적 손실이 아니라고.
노안으로 인해 돋보기를 써도 때로는 이렇게 바늘 실도 잘 꿰지 못하는
내 탓으로 돌려야할 일이지 절대 바늘공장장님의 잘못이 아님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우리가 벌써 이 나이를 지나가고 있음을 나와 아내가 왜
모르겠는가. 서글픈 일이다.
우리부부는 그날 저녁에 예정대로 초대 받은 집에서 저녁대접을
잘 받았는데 많은 사람들이 모였지만 아무도 나의 소매단추의 실
색깔이 한 쪽은 흰실이고 한 쪽은 검정실이어서 양쪽이 언발란스라고
말하는 사람도, 또 그것조차 발견한 사람은 그 누구도 없었다.
즐거운 마음으로 집에 돌아왔고 단추를 다시 달아야겠다는 생각은
까맣게 잊은 채 벌써 몇날이 지나갔다. 그냥 둔다한들 누가 탓하랴.
아내에게 다시 신경 쓸 일을 기억해 주고 싶지 않아서 나도 모른 척
새로 버꿔달지 않고 그냥 입기로 했다. 실색깔이 서로 다른 것도
하나의 멋이라면 멋이라고 생각하면서.
<2005. 11.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