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방문한 고국에서 생긴 황당한 일
-서울시내버스 토큰값이 얼마지요?
오정방
실로 17년 만의 고국방문이었다. 만날 사람도 많고 갈 데도 많고
볼일도 적지 않은데 아직은 그렇게 하지 못한 상태였다. 특별히
무슨 일이 있어서 고국에 도착한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내가 왜
사건이 생기던 그 시간에 종로까지 가기 위하여 서대문구 아현동
고개에서 버스토큰을 구입하려 했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누구를
만난다거나, 목적지를 가기 위해 차를 갈아타야 한다거나 하는
일은 전혀 생각나지 않는다.
문제는 바로 버스 토큰을 구입하려는 데서부터 발생되었다.
자세히 주위를 살펴보면 토큰값이 얼마인지 어딘가에 게시되어
있을텐데너무 오랜만에 고국을 방문하고 보니 그 사이에 수없이
변경되어서토큰값을 정말 몰라서 자연스레 물어보게 되었던
것이다.
나보다 훨씬 젊어 50대로 보이는 건장한 토큰판매장 주인은 나의
질문에 마치 ‘60년대 간첩을 바라보듯이 이상한 눈초리로 나를
살피면서 이내 대답을 하지 않는다. 그 모습에 나도 좀 멋쩍어
20불을 건네주면서 돈만큼 토큰을 달라고 주문하였다. 마침 옆에
섰던 사람도 얼마를 냈는지 주인이 조그만 구멍으로 내미는
토큰을 받아 가려는 참이었다.
나는 그것이 나의 것인줄 알고 챙기려는데 자기 것이라 하여 양보
하고 주인에게 내가 낸 돈의 토큰을 달라고 재촉하게 되었다.
그런데 주인은 나의 돈을 받지 않았다는 것이 아닌가. 나보다
먼저 토큰을 받아가던 그 사람이 자기도 내가 돈내는 것을
보았다고 편을 들어 주었는데도 주인은 막무가내였다.
그쯤 되었으면 비싼 버스를 탄셈치고 내가 20불을 더 주고 토큰을
받았으면 아무 탈이 없었을 것을 나는 나대로 정확히 한다고 눈을
크게 뜨고 분명히 주었다고하여 자그만 언쟁이 벌어졌고 급기야
밖에 나온 그의 면상을 향해 내 주먹이 날아갔다. 나는 천성이
누구에게 주먹질을 할 사람이 아닌데도 말이다. 이것은 순식간의
일이었는데 이상하게도 그는 반항하지 않았다. 맞은 사람 발뻗고
잔다는 진리를 잘 터득하고 있는 사람 같았다. 나는 뒷일을 생각할
겨를도 전혀 없었다.
일이 잘못 꼬이면 경찰신세를 져야하고 폭력범으로 유치장에 갈
수도 있고 신문에라도 한 줄 나면 그런 망신이 어디 있겠는가?
그렇게 되면 갈 데도 못가고 볼 것도 못보고 만날 사람도 못만날
뿐만 아니라 어쩜 출국도 여의치 못해 여간 낭패가 아닐 것이었다.
그러나 이런 것들을 고려하기 전에 일은 이미 벌어지고 말았던
것이다.
그런 주먹다짐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나는 한 대도 맞지 않았다.
급기야 그는 신고차 파출소를 찾아 나섰고 나도 내 주장을 펴기
위해 그를 뒤따라 파출소까지 갔다. 우연찮게도 나는 그 파출소
에서 얼마 전에 엘에이에서 만난 모 일간지 부국장을 지낸 분을
만날 수 있었다. 내 신분과 성격을 충분히 대변해 줄 수 있겠기
때문이기도 해서 반갑고 서러워서 눈물이 쏟아지려는 것을 억지로
참았다.
어찌된 일인지는 확실치 않으나 나는 이 일에 대하여조사도 받지
않았고 시말서나 조서도 쓰지 않았다. 더우기 유치장 신세는
지지도 않았다.
꿈얘기는 여기서 싱겁게 끝나지만 지금도 버스토큰 값이 얼마인지,
일반버스와 좌석버스의 구별이 있는지? 택시 기본요금은 얼마이고
빨간 공중전화박스는 지금도 있으며 발신음이 떨어지기까지 얼마의
동전을 넣어야 하는지 전혀 감감하다.
오늘은 평일과 달리 새벽기도회가 없는 주일 새벽, 별로 반갑지도
않은 이런 꿈을 깨고 나니 새벽 6시 반이다. 늦잠을 좀 자도 좋을
시간이지만 이불을 박차고 일어나 양치질을 한 다음 기도실로
내려가 어지러운 꿈을 인해 기도했다. 꿈속에서나마 나에게 폭행
당한 그 토큰가게 주인에게도 많이 미안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다음에 고국을 정말로 방문할 때는 토큰값은 물론,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공공요금들을 미리 조사해볼 필요가 있겠다고 마음
먹어 보았다.
만일의 하나, 실수를 사전에 예방한다는 차원에서라도…
<2005. 11. 28>
⊙ 발표일자 : 2005년11월 ⊙ 작품장르 : 콩트
-서울시내버스 토큰값이 얼마지요?
오정방
실로 17년 만의 고국방문이었다. 만날 사람도 많고 갈 데도 많고
볼일도 적지 않은데 아직은 그렇게 하지 못한 상태였다. 특별히
무슨 일이 있어서 고국에 도착한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내가 왜
사건이 생기던 그 시간에 종로까지 가기 위하여 서대문구 아현동
고개에서 버스토큰을 구입하려 했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누구를
만난다거나, 목적지를 가기 위해 차를 갈아타야 한다거나 하는
일은 전혀 생각나지 않는다.
문제는 바로 버스 토큰을 구입하려는 데서부터 발생되었다.
자세히 주위를 살펴보면 토큰값이 얼마인지 어딘가에 게시되어
있을텐데너무 오랜만에 고국을 방문하고 보니 그 사이에 수없이
변경되어서토큰값을 정말 몰라서 자연스레 물어보게 되었던
것이다.
나보다 훨씬 젊어 50대로 보이는 건장한 토큰판매장 주인은 나의
질문에 마치 ‘60년대 간첩을 바라보듯이 이상한 눈초리로 나를
살피면서 이내 대답을 하지 않는다. 그 모습에 나도 좀 멋쩍어
20불을 건네주면서 돈만큼 토큰을 달라고 주문하였다. 마침 옆에
섰던 사람도 얼마를 냈는지 주인이 조그만 구멍으로 내미는
토큰을 받아 가려는 참이었다.
나는 그것이 나의 것인줄 알고 챙기려는데 자기 것이라 하여 양보
하고 주인에게 내가 낸 돈의 토큰을 달라고 재촉하게 되었다.
그런데 주인은 나의 돈을 받지 않았다는 것이 아닌가. 나보다
먼저 토큰을 받아가던 그 사람이 자기도 내가 돈내는 것을
보았다고 편을 들어 주었는데도 주인은 막무가내였다.
그쯤 되었으면 비싼 버스를 탄셈치고 내가 20불을 더 주고 토큰을
받았으면 아무 탈이 없었을 것을 나는 나대로 정확히 한다고 눈을
크게 뜨고 분명히 주었다고하여 자그만 언쟁이 벌어졌고 급기야
밖에 나온 그의 면상을 향해 내 주먹이 날아갔다. 나는 천성이
누구에게 주먹질을 할 사람이 아닌데도 말이다. 이것은 순식간의
일이었는데 이상하게도 그는 반항하지 않았다. 맞은 사람 발뻗고
잔다는 진리를 잘 터득하고 있는 사람 같았다. 나는 뒷일을 생각할
겨를도 전혀 없었다.
일이 잘못 꼬이면 경찰신세를 져야하고 폭력범으로 유치장에 갈
수도 있고 신문에라도 한 줄 나면 그런 망신이 어디 있겠는가?
그렇게 되면 갈 데도 못가고 볼 것도 못보고 만날 사람도 못만날
뿐만 아니라 어쩜 출국도 여의치 못해 여간 낭패가 아닐 것이었다.
그러나 이런 것들을 고려하기 전에 일은 이미 벌어지고 말았던
것이다.
그런 주먹다짐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나는 한 대도 맞지 않았다.
급기야 그는 신고차 파출소를 찾아 나섰고 나도 내 주장을 펴기
위해 그를 뒤따라 파출소까지 갔다. 우연찮게도 나는 그 파출소
에서 얼마 전에 엘에이에서 만난 모 일간지 부국장을 지낸 분을
만날 수 있었다. 내 신분과 성격을 충분히 대변해 줄 수 있겠기
때문이기도 해서 반갑고 서러워서 눈물이 쏟아지려는 것을 억지로
참았다.
어찌된 일인지는 확실치 않으나 나는 이 일에 대하여조사도 받지
않았고 시말서나 조서도 쓰지 않았다. 더우기 유치장 신세는
지지도 않았다.
꿈얘기는 여기서 싱겁게 끝나지만 지금도 버스토큰 값이 얼마인지,
일반버스와 좌석버스의 구별이 있는지? 택시 기본요금은 얼마이고
빨간 공중전화박스는 지금도 있으며 발신음이 떨어지기까지 얼마의
동전을 넣어야 하는지 전혀 감감하다.
오늘은 평일과 달리 새벽기도회가 없는 주일 새벽, 별로 반갑지도
않은 이런 꿈을 깨고 나니 새벽 6시 반이다. 늦잠을 좀 자도 좋을
시간이지만 이불을 박차고 일어나 양치질을 한 다음 기도실로
내려가 어지러운 꿈을 인해 기도했다. 꿈속에서나마 나에게 폭행
당한 그 토큰가게 주인에게도 많이 미안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다음에 고국을 정말로 방문할 때는 토큰값은 물론,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공공요금들을 미리 조사해볼 필요가 있겠다고 마음
먹어 보았다.
만일의 하나, 실수를 사전에 예방한다는 차원에서라도…
<2005. 11. 28>
⊙ 발표일자 : 2005년11월 ⊙ 작품장르 : 콩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