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봉투
오정방
지금도 있는지 몰라 옛같은 월급봉투
쥐꼬리와 애환이 담긴 그 봉투제도
누런 봉투에 월급총액을 표시하고
공제액 명세와 금액을 적어
다 빼고난 나머지 잔액이 담긴
무거운 월급봉투는 한 번도 없었지
월급은 언제나 넉넉하지 못하지만
샐러리맨에겐 공휴일보다 더 기다려지는
월급 받는 날, 매월 25일
이 날을 ‘저축의 날’이라 정했던 그 시대
다들 얼마씩이나 그날 저금했는지 몰라
기분 좋게 출근하여 무거운 마음으로 퇴근
환하게 맞아주는 주부가
가장을 반기는건지 봉투를 반기는건지
월급쟁이 살림살이를 잘도 견디며
공과금에 할부금에 계돈에
잘도 참고 잘도 쪼개 썼었지
제 몸 죽어가는건 생각하지도 않고
월급쟁이에겐
왜 그렇게 월급날이 더디오는지
그래도 그 때가 참으로 좋았어
어째? 그 땐 낭만이 있었으니까
<2006. 1. 25>
⊙ 발표일자 : 2006년01월 ⊙ 작품장르 : 현대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