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지깽이
오정방
자세히 살피면 세상에 쓸모없는 것이 어디 있으랴
나 어릴 적 재래식 부엌 한 구석에
화상을 입은 채 비스듬히 누워 있던 부지깽이,
지금 아이들 그 이름조차 생소할 부지깽이
개스오븐도 전기곤로도 연탄불도 없었을 때
나무를 지펴 밥을 짓거나
소죽을 쑤거나 군불을 땔 때는
부지깽이처럼 요긴한게 또 어디 있었으랴
주저없이 제 몸을 태우면서까지
불 속을 두루 두루 살피던 그의 자상한 손길
마침내 때가 되면 주인을 위해
장열히 불 속에 몸을 던져 산화 하던 그,
어릴 적 부엌에서 족히 장난감이 되기도 했던 그가
반 백년도 더 지난 지금 왜 갑자기 생각나는거지?
<2006. 1. 27>
⊙ 발표일자 : 2006년01월 ⊙ 작품장르 : 현대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