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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생일고生日考

by 오정방 posted Aug 27,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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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생일고生日考

                                          오정방
  



누구나 생일은 있다.  어떤 이는 양력으로, 어떤 이는 음력으로 생일을 지낸다.
경우에 따라서는  아예 음력 생일을 양력처럼 정해놓고 지내는 이도 있다. 또
자기 생일을 정확히 몰라서 어느 한 날을 정하여 지내는 이도 있고 아예 생일
같은 것은 잊고 사는 사람조차도 없지 않다.
또 어떤 이는 신앙적으로 거듭 난 날을 생일로 정하여 기념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또 큰 사고에서 살아 남은 날을 기념하여 숫제 이 날로 생일을 정하여
지내는 사람도 있음을 본다. 이와 같이 각양 각색으로 자기 생일을 지내고
있다.

나의 경우 호적상으로는 생일이  8월 15일이고 음력으로는 4월 13일이며
양력으로는 5월 8일이다.

*8. 15
1941년 일본의 진주만 공격으로 태평양전쟁(1941-45)이 일어났던  7개월 전,  
음력 4월13일에 태어났으나 100여일 동안 호적에 올려지지도 못하다가 이제
죽지 않고 사는구나 하고 생각이 되었을 무렵에서야 아버지는 호적에 내 이름을
올리신 것 같다. 그 날이 바로 8월 15이다. 모든 공적 서류에는 이 날을 쓰는데
해방된 날이라 기억이 쉽긴 하지만 나는 이보다 4년 전에 태어났으므로 내가
실제로 태어난 날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지금 생각해도 날자는 아주 좋은
날을 잡은 것 같다.  
그 당시는 다산하던 시절이었고 자라기 전에 죽는 일도 비일비재 했던모양이라
호적에 올렸다가 죽으면 또 지우기도 번거럽고 아예 사는 것을 봐서 호적을 하던
그런 시절이었던 것 같다. 나 바로 위에 3년 터울로 형이 있었고 나 바로 밑에
3년 터울로 동생이 있었다는데 호적을 보면 전혀 흔적이 나타나지 않고 있으며
어머니 생시에 하시던 말씀을 들어봐도 이에 대해서는 심증이 가는 일이다.  

*음 4. 13
적어도 태어나서부터 35년 정도는 음력 생일인 4월 13일을 생일로 지켰다.
시대의 흐름도 그러했거니와 농사를 지었던 어머니는 대부분의 날자를 모두
음력으로 기억하고 지내셨다. 어릴 때는 나의 의지가 아니고 어머니의 의지대로
생일을 지낼 수 밖에 없었고 이것은 결혼 후에도 한동안 지켜졌다.
오늘은 5월 10일인데 마침 음력으로는 4월 13일이라 엊그제 양력 생일 보내고
다시 음력 생일을 기억하게 되었다. 아뭏든 아내, 그리고 아이들에게도 음력은
익숙하지 않아서 많이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 없다.

*5. 8
그래서 자연히 쉬운 길을 찾아야 했는데 그것은 내가 태어나던 해 생일인 음력
4월 13일을 양력으로 환산해 두는 것이었다. 자료를 검토해서 찾아낸 것이 바로
5월 8일이고그 이후 지금까지 양력으로 지내고 있다. 60년대에 이 날은 정부가
어머니 날로, 그 뒤70년대에 들어와선 어버이 날로  지키고 있으니 식구들이
이 날을 쉽게 잊어버릴 수는 없겠으나 이로 인하여 나의 생일에 신경을 쓰느라  
어머니날 대접을 잘 받지 못하는 아내에게는 미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저러나 실상 누구나  생일이 되면 축하받기를 좋아하지만 정작 축하를
받을 사람은 어머니나 아버지가 되어야 옳다고 본다. 지금과 달라서 옛날은
해산하다가 잘못되는 경우가 얼마든지 있었다. 죽음을 무릅쓰고 모든 산고를
겪으며 해산하는 것이다. 의술이 발달된 지금은 자연분만이 어려우면 제왕
절개를 하면 간단하지만 내가 태어나던 그 시절엔 전혀 그렇지 못했다. 오늘
음력 생일을 날자로만 기억하며 돌아가신 어머니를 잠시 생각해 본다.

                                                     <2006. 5. 10>


    ⊙ 발표일자 : 2006년05월   ⊙ 작품장르 : 편안하게하고싶은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