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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운 2006년 입추立秋

by 오정방 posted Aug 27,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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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운 2006년 입추立秋
- 텐트 안에서
  
  오정방
  

  

한여름 2층 베란다에 설치한 텐트를
수 십일이 지나도록 그 대로 둔 채
철거하지 못한 이유는 단 한가지
아직도 늦더위가
완전히 물러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늘밤도
그 텐트안에 혼자 들어가
이 세상에서 가장 편한 자세,
큰 대자로 들어누웠다가
모기장 밖으로 밤하늘을 쳐다보다
금새 둥근 보름달과 눈이 마주친다
아내가 알아도 별 수 없는 일이지만
밝은 달을 텐트안으로 불러들여
도란도란 얘기나 하다가 자려는데
이름 모를 풀벌레들이
잔뜩 샘이라도 났는지 아니면
벌써 가을이 왔노라고 알리려는지
뒷뜰밖에서 쉬지 않고 우는 바람에
이리 저리 뒤척이다 이내 잠들지 못한다

<2006. 8. 8/입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