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鶴은 소나무가 아니면 앉지 않는다
오정방
학鶴을 유심히 본 일이 있는가?
비록 먹이를 찾아
논두렁을 배회하고
유유자적하기 위해
연못가를 거닐지라도
나래를 활짝 펴고
돌아갈 때는 여유를 가지고
푸른하늘에다 하얗게
큼직 큼직한 글씨를 쓰면서
너울 너울 날아가는
조류의 신사,
목과 다리가 길어서
그토록 아름다운 학鶴은
창공을 날다가 사뿐이 내릴 적에
소나무가 아니면 결코 앉지 않는다
<2006. 8.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