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시紅枾를 딸 때에는
오정방
하늘이 까마득하게 멀고
티없이 맑고 푸른 날
감나무 앞에 다가가서
홍시를 딸 때에는
서두르지도 말고
허둥대지도 말고
덤벙거리지도 말고
맨 먼저 숨부터 고를 일이다
높은 하늘에 구름이 흘러가고
그 구름 밑 장성한 감나무에
빠알간 홍시들이 손짓할 때
긴 장대 끝에 갈구리를 만들어
정성껏 하나씩 따내려야 한다
따고 따도 모자란다 할지라도
넉넉한 마음으로 서너개쯤은
까치밥으로 남겨둘 일이다
<2006. 10.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