엿치기
오정방
엿장수 좋아라고 속으로 웃는 가운데
주머니 생각은 하지도 않고
친구들과 엿치기를 한다
이길 수 있다는 확신만 있다면
상대가 많으면 많을 수록 좋지만
결코 할 때마다 장날은 아니다
물건이 될만한 엿가래를 집어들고
구멍이 클만한 부분을 뚝 부러뜨려
절단부분에다 힘껏 입김을 분다
때로는 구멍이 큰것 하나만으로
때로는 합하여 구멍이 많은 것으로
처음 정하기 따라 승부가 결정된다
가끔은 억지를 부리는 친구도 있고
지고도 돈을 안내는 무경우도 있지만
엿장수는 엿을 많이 팔아서 좋고
잘되면 공짜로 먹을 수 있는 엿치기,
세상에 속이 크게 비어서 더 좋은 것이
이 엿치기 엿 외에 또 무엇이 있을까?
< 2007. 2.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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