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은 어찌하여 꽃부터 피는가?
오정방
계절에 떠밀려 발가 벗고
겨우내 찬 비 바람 눈 몰아칠 때도
인고의 시간을 잘 견뎌내며
장승처럼 서있던 너, 목련
너도 이제
만물이 생동하는 봄을 맞았구나
너의 숨소리 듣지 못하여
너의 손짓 알아채지 못하여
무심했던 발길이 부끄러운데
너는 죽은듯 살아 있었구나
남몰래 묵묵히
속으로 생명을 키우고 있었구나
나무가지 끝에
아직 녹지 않은 겨울 눈꽃처럼
초롱 초롱 달린 새 목련 봉오리들,
저 봉오리 눈부시게 활짝 피울 적이면
떨리는 가슴으로
나는 감히 순결한 여인 앞에 서게되리라
앙상한 가지가 애처롭던 너, 목련
아직 잎새 한 쪽도 틔우지 못했지만
나, 여기 당당히 살아 있었노라고
외치며 보란듯이
촛불처럼 꽃봉오리부터 먼저 보이는구나
<2007. 3. 12>
현대시
2015.09.01 10:05
목련은 어찌하여 꽃부터 피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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