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은 어찌하여 꽃부터 피는가?
오정방
계절에 떠밀려 발가 벗고
겨우내 찬 비 바람 눈 몰아칠 때도
인고의 시간을 잘 견뎌내며
장승처럼 서있던 너, 목련
너도 이제
만물이 생동하는 봄을 맞았구나
너의 숨소리 듣지 못하여
너의 손짓 알아채지 못하여
무심했던 발길이 부끄러운데
너는 죽은듯 살아 있었구나
남몰래 묵묵히
속으로 생명을 키우고 있었구나
나무가지 끝에
아직 녹지 않은 겨울 눈꽃처럼
초롱 초롱 달린 새 목련 봉오리들,
저 봉오리 눈부시게 활짝 피울 적이면
떨리는 가슴으로
나는 감히 순결한 여인 앞에 서게되리라
앙상한 가지가 애처롭던 너, 목련
아직 잎새 한 쪽도 틔우지 못했지만
나, 여기 당당히 살아 있었노라고
외치며 보란듯이
촛불처럼 꽃봉오리부터 먼저 보이는구나
<2007. 3. 12>
현대시
2015.09.01 10:05
목련은 어찌하여 꽃부터 피는가?
조회 수 115 추천 수 0 댓글 0
번호 | 분류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653 | 시 | 먼길 편히 가시옵소서! | 오정방 | 2015.09.01 | 73 |
652 | 현대시 | 명처방名處方 | 오정방 | 2015.09.12 | 15 |
651 | 축시 | 모교여, 영원무궁하라! | 오정방 | 2015.09.17 | 290 |
650 | 모나리자像 진품앞에는 | 오정방 | 2004.02.06 | 635 | |
649 | 신앙시 |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일 뿐 | 오정방 | 2015.09.01 | 242 |
648 | 신앙시 | 모세의 최후 | 오정방 | 2015.09.12 | 126 |
647 | 소설 | 모처럼 방문한 고국에서 생긴 황당한 일 1 | 오정방 | 2015.08.25 | 141 |
» | 현대시 | 목련은 어찌하여 꽃부터 피는가? | 오정방 | 2015.09.01 | 115 |
645 | 몰카 몰카 | 오정방 | 2004.01.14 | 397 | |
644 | 현대시조 | 몸 | 오정방 | 2015.09.17 | 29 |
643 | 현대시조 | 몸살 앓는 지구촌 | 오정방 | 2015.08.25 | 66 |
642 | 이장시조 | 묘약妙藥 | 오정방 | 2015.09.12 | 19 |
641 | 현대시 | 묘혈墓穴을 스스로 파는 일본의 독도역사逆史 | 오정방 | 2015.08.18 | 107 |
640 | 현대시 | 무더운 2006년 입추立秋 | 오정방 | 2015.08.27 | 54 |
639 | 신앙시 | 무더위도 감사해 | 오정방 | 2015.08.18 | 27 |
638 | 신앙시 | 무덤에서 일어나 | 오정방 | 2015.09.08 | 86 |
637 | 현대시 | 무등산 수박 | 오정방 | 2015.09.10 | 149 |
636 | 현대시조 | 무상無常 | 오정방 | 2015.09.12 | 76 |
635 | 풍자시 | 무슨 확실한 기준이 있어야지… | 오정방 | 2015.08.17 | 38 |
634 | 현대시 | 무심無心하여 | 오정방 | 2015.08.29 | 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