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
2015.09.01 10:05

장례식장에서 내 모습을 본다

조회 수 173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장례식장에서 내 모습을 본다

  오정방
  

  

처음부터 흙으로 빚어진 고인의 시체가
다시 본래의 흙으로 돌아가기 위해
눈을 감고 입술을 굳게 다문 채 반듯이 누워
상반신만 열어놓은 관이 중앙에 가로 놓였고
육신의 죽음을 애도하는 많은 조화들이
저마다 가슴에 이름표를 하나씩 달고
관 양 옆으로 병정처럼 도열해 섰는 장례식장
무거운 마음으로 찾아온 조문객들 사이에 앉아서
그 언젠가는 이런 장면을 맞이할 내 모습을 본다

영상화면으로 고인의 일생 중 삶의 편편들이
지금 유성처럼 흘러가고 있는 가운데
저마다 고인과의 추억을 잠시나마 되새기고
장례식순에 따라 고인의 약력소개와
예배의 기도, 그리고 목사의 환송설교와
조사, 조가가 은은히 이어지면서
산 자와 죽은 자의 작별이 진행되고 있는 동안
멀지 않아 내가 맞이할 나의 장례식장 그림이
섬광처럼 뇌리를 스치며 말없이 지나가고 있다

내가 원해서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이 아니라
일찌기 선택되어 보내어짐을 받아 사는 동안
과연 나는 지음 받은 목적대로 살아 왔던가
그리고 지금도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가 자문하며
초라하고 작아지는 내 모습에 스스로 놀라기도 한다
한 사람의 진정한 평가는 관 두껑을 덮은 뒤라 했던가
사는 동안 그 영혼이 얼마나 깨끗하고 진실했는가는
목적을 갖고 지은 자의 판단기준에 따름임을 깨닫고서
죽음이란 현실앞에 두려움 없기를 바라며 옷깃을 여민다

<2007. 3. 17>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533 현대시조 불여일不如一 오정방 2015.09.12 32
532 현대시 불어야 바람이지 오정방 2015.08.12 42
531 이장시조 불씨 오정방 2015.09.08 15
530 불시착不時着 오정방 2004.01.14 480
529 현대시 불보다 물이 더 무섭다 오정방 2015.08.27 243
528 이장시조 불망不忘 오정방 2015.08.29 46
527 수필 불루베리를 따면서 오정방 2015.09.01 301
526 현대시 불루베리 따기 오정방 2015.08.27 134
525 현대시조 불루베리 U-pick 오정방 2023.08.24 55
524 현대시조 불로불사不老不死 오정방 2015.09.17 51
523 현대시조 불덩이 같은 태양 오정방 2023.08.24 64
522 현대시조 불관지사不關之事 오정방 2015.09.14 114
521 현대시조 불가근 불가원 不可近不可遠 오정방 2015.09.16 381
520 수필 불 타는 단풍 오정방 2015.09.10 116
519 분수 오정방 2004.01.14 362
518 현대시 분노를 다스리지 못하면 오정방 2015.09.01 67
517 현대시 북한산에는 비가 내렸다 오정방 2015.09.25 105
516 신앙시 부활復活 오정방 2015.09.01 62
515 현대시조 부활의 그 날에 오정방 2015.08.12 424
514 현대시 부평초는 땅에 뿌리를 내리지 않는다 오정방 2015.08.29 141
Board Pagination Prev 1 ... 23 24 25 26 27 28 29 30 31 32 ... 54 Next
/ 54

회원:
0
새 글:
0
등록일:
2015.07.07

오늘:
0
어제:
11
전체:
193,9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