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9.01 10:16

먼길 편히 가시옵소서!

조회 수 73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먼길 편히 가시옵소서!
-금아 피천득 선생님 영전에
  
오정방
  

  

바로 구 십 일곱 번째 생신날에
축하의 꽃다발을 받아야 할 그 날에
먼 길 떠나보내드리는
선생님 장사葬事의 예식이
조화弔花의 물결 속에
지금 엄숙히 거행되고 있습니다

백수白壽를 이태 앞으로 남겨두고
5월에 태어나서 5월에 가시는 선생님을
지인 모두가 옷깃을 여미고
저 세상 가시는 길 편하시도록 기도하며
나름대로 선생님과의 기억을 더듬고 있습니다

그리 크지 않은 체구에 모자를 쓰시고
두터운 안경너머로 주위를 살피며
가방을 늘 옆에 끼고 잰걸음을 걸으시던
어쩜 시골 할아버지 같으면서도
깊은 사색에 잠긴 사상가처럼
푸근하면서도 위엄을 가지신
소박하면서도 검소하신 분으로
칠 천만 우리말 쓰는 동포 가운데서
선생님은 제가 만난
유일한 피皮씨 성 가지신 분이셨습니다

이제 이 세상과는 인연이 다하여
가족, 제자, 후학들을 그냥 남겨둔 채
즐겨 잡던 붓을 그만 놓고
저 세상으로 한 점 미련없이 떠나가셨는데
걱정 근심도 없고
질병 고통도 없고
이별 슬픔도 없는
참으로 좋은 곳에서
선생님, 부디부디 평안히 영면하소서!

< 2007. 5. 29>




*피천득皮千得(1910. 5. 29 ~ 2007. 5. 25)
서울 태생, 호는 금아琴兒
시인, 수필가, 영문학자, 서울대 명예교수
저서:'인연’, ‘생명’, ‘琴兒詩文選’,
        평론 ‘노산시조집을 읽고’ 등 다수
수상: 인촌상, 은관문화훈장, 자랑스러운 서울대인상 등 다수


⊙ 발표일자 : 2007년 5월 29일   ⊙ 작품장르 : 조시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653 축시 신년시 / 대한의 큰 깃발 아래! 오정방 2015.09.24 217
652 현대시 신기루蜃氣樓 오정방 2015.09.10 70
651 현대시 식목植木 오정방 2015.09.16 28
650 시처럼 살다가 시처럼 가신… 오정방 2015.09.16 119
649 현대시 시인의 병실 오정방 2015.09.16 63
648 현대시 시인의 가슴으로 오정방 2015.09.08 40
647 현대시 시인박명詩人薄命 오정방 2015.09.01 60
646 현대시 시인과 독자 사이 1 오정방 2015.08.26 43
645 수필 시의 원제原題와 부제副題에 대하여 오정방 2015.08.25 161
644 현대시 시월, 단풍들의 하산 오정방 2015.08.13 38
643 시월 종야終夜 오정방 2004.01.14 542
642 현대시 시시종종時時種種 오정방 2015.09.12 78
641 시사시/ 제18대 대통령 후보 박문수 오정방 2015.09.24 156
640 현대시 시래기 죽粥 오정방 2015.08.29 245
639 현대시 시간을 붙들어매고 싶었다 오정방 2015.08.13 66
638 시간은 오정방 2015.09.15 31
637 시간 오정방 2004.01.14 449
636 축시 승리만이 넘치소서! 오정방 2015.08.26 62
635 풍자시 스스로 판결해보라 오정방 2015.09.12 37
634 수필 쉽게 풀어 쓴 '어린이 300자 사도신경' 오정방 2015.08.26 205
Board Pagination Prev 1 ...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 54 Next
/ 54

회원:
0
새 글:
0
등록일:
2015.07.07

오늘:
1
어제:
9
전체:
194,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