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길 편히 가시옵소서! -금아 피천득 선생님 영전에 오정방 바로 구 십 일곱 번째 생신날에 축하의 꽃다발을 받아야 할 그 날에 먼 길 떠나보내드리는 선생님 장사葬事의 예식이 조화弔花의 물결 속에 지금 엄숙히 거행되고 있습니다 백수白壽를 이태 앞으로 남겨두고 5월에 태어나서 5월에 가시는 선생님을 지인 모두가 옷깃을 여미고 저 세상 가시는 길 편하시도록 기도하며 나름대로 선생님과의 기억을 더듬고 있습니다 그리 크지 않은 체구에 모자를 쓰시고 두터운 안경너머로 주위를 살피며 가방을 늘 옆에 끼고 잰걸음을 걸으시던 어쩜 시골 할아버지 같으면서도 깊은 사색에 잠긴 사상가처럼 푸근하면서도 위엄을 가지신 소박하면서도 검소하신 분으로 칠 천만 우리말 쓰는 동포 가운데서 선생님은 제가 만난 유일한 피皮씨 성 가지신 분이셨습니다 이제 이 세상과는 인연이 다하여 가족, 제자, 후학들을 그냥 남겨둔 채 즐겨 잡던 붓을 그만 놓고 저 세상으로 한 점 미련없이 떠나가셨는데 걱정 근심도 없고 질병 고통도 없고 이별 슬픔도 없는 참으로 좋은 곳에서 선생님, 부디부디 평안히 영면하소서! < 2007. 5. 29> *피천득皮千得(1910. 5. 29 ~ 2007. 5. 25) 서울 태생, 호는 금아琴兒 시인, 수필가, 영문학자, 서울대 명예교수 저서:'인연’, ‘생명’, ‘琴兒詩文選’, 평론 ‘노산시조집을 읽고’ 등 다수 수상: 인촌상, 은관문화훈장, 자랑스러운 서울대인상 등 다수 ⊙ 발표일자 : 2007년 5월 29일 ⊙ 작품장르 : 조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