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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관중인 유명인사들의 육필肉筆

  오정방
  

  
이민 20년이 되는 해인데도 아직 서류, 짐정리가 완전히 덜된 상태라고
한다면 좀 이상하게 생각되기도 할 것이다. 미국으로 이민온지 5년째가
되던 해에 아파트에서 주택으로 이사오면서 조금은 정리가 되었으나
아직도 다락에, 창고에 그냥 넣어둔 짐이 없지 않다. 십여년 이상 한
번도 열어보지 않은 것은 사실 있으나 마나 하는 것들이 대부분일 수도
있다.
어떤 사람은 3년동안 한 번도 꺼내보지 않았거나 잊어버린 것은 무조건
버려도 된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 그런데 나는 나쁜 버릇이 있는 것이
무엇이든 함부로 버리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저 언젠가는 필요할 것이다
하고 어딘가에 넣어둔다. 어떤 때는 어디다 두었는지를 몰라 당항하는
수가 적지 않다. 나와는 반대로 아내는 버리는 쪽이다. 정리정돈을 너무
잘한다. 그러나 어떤 때는 아직 필요한 것도 버릴 때가 있으며 나에게
사전에 물어보는 경우도 있지만 자기 판단으로 나에게 중요한 것을 미련
없이 버리는 과오도 때로는 저질러 낭패를 보는 경우도 간혹 있다. 자꾸
모아두려는 사람도 나쁘다 할 수 없고, 장기간 사용하지 않거나 거들떠
보지도 않는 것은 치워가면서 깨끗하게 정돈하면서 살자고 하는 것도
잘못되었다 할 수 없다. 그래서 나는 아내가 신경쓰는 것을 감안해서
최근에는 이것 저것 버릴 것은 버리면서 정리를 하고 있다. 이제 나이도
그만하여 버리고 치우고 없애면서 살 필요를 느끼게 되었기 때문이다.

엊그제는 박스 하나를 정리하다가 누런 대형봉투 하나를 발견했다.
피봉에는 ‘유명인사 육필선’이라고 쓰여 있었다. 얼른 생각나는 것이
있었다. 한 35년 전에 월간 ‘등산’(현 조선일보 발행 월간 ‘산'전신)
잡지를 할 때와 근 40여년 전에 안암동 노산선생님 댁에서 결혼할 때
까지 있을 적에 많은 분들을 만났고 자연스럽게 유명인사들의 육필을
대하게 되었는데 작정하고 모은 것이 아니라 어느 한 때 육필을 보관
해볼까 하는 생각이 우연히 들어서 봉투에 하나씩 넣어둔 것들이다.
아래에 그 명단을 열거해 보거니와 이들 중에는 문인, 학자, 화가, 교수,
법조인, 경제인, 언론인, 산악인 등 여러분야의 유명인사들이다. 글씨를
보면 달필도 있고 악필도 있다. 또박 또박 쓴 것도 있고 흘림체로 쓴
것도 있다. 글씨를 보고서 대충 성격을 파악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요즘은 옛날과 달라서 모든 것을 컴퓨터가 처리해 주지만 그때에는
원고나 편지를 육필로 직접 쓰던 시절이 아니던가. 빨리 처리할 수
없다는 불편함이 있긴 하지만 그만큼 정성과 정감이 깃든 것이 바로
육필인 것이다. 언젠가는 내 손을 떠나겠지만 당분간은 보관하고 있을
육필속의 유명인사는 다음과 같은데 이 가운데 지금까지 생존하신 분이
생각보다 그리 많지 않다는 사실에 새삼 세월의 무상함을 느끼게 된다.

구인환 구자경 구혜영 김낙중 김동리 김윤경 김자림 김정태
김종문 김해성 김호섭 류홍열 박거형 박고석 박기원 박노수
박  송 박용구 박현숙 박화목 백낙준 백  철 서정범 설창수
성경린 손경석 신석정 안수길 양명문 우현민 윤석중 윤영춘
이규호 이대원 이민재 이병주 이상옥 이상현 이영희 이은상
이인석 이종호 이창열 이태극 이항녕 이헌구 이호철 장백일
장순용 장재헌 전규태 정비석 정  종 조병화 조필대 주요섭
지명관 진인숙 최상수 최일남 최정희 최현배 하근찬 홍종인
(가나다 순/존칭생략)

< 2007. 7.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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