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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9.01 10:23

아호雅號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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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호雅號에 대하여…

  오정방
  

  
옛사람들은 학자, 문인, 화가들이 본명이나 자字외에 아호雅號를
즐겨 쓰고 있었음을 본다. 지금도 이런 전통이나 취향은 별로 달라
지지 않았다. 때로는 하나보다 더 많은 호를 갖고 있는 경우도 없지
않으니 조선 후기 서예가 김정희 선생은 널리 알려진 추사秋史란 호
외에도 완당阮堂, 예당禮堂, 시암詩庵, 과파果坡, 보담재寶覃齋 등
상당수의 호를 갖고 있음은 많이 알고 있는 사실이다.

나는 젊었을 때부터 산을 좋아하였고 그 산에서 푸름을 좋아하였는데
그 푸름은 늘 마음의 안정과 피로를 풀어주었기에 뒷날 상록常綠이란
호를 자연스럽게 갖게 되었지만 일반에 알려지지도 않았고 또 사반세기
동안 지니기만 한 채 잘 사용하지도 않았다. 그러다가 60고개를 넘은
뒤 최근들어 고향친구들끼리 이멜을 주고 받으면서 안부를 나누는데
그냥 이름을 부르기 보다는 달리 부르는 방법을 찾다보니 그것이 어릴
때의 별명 보다는 호를 불러주는 것이 모양새도 좋고 나이에도 걸맞겠
다는 생각이 들어 친구들 호를 조사해보니 더러는 호를 갖고 있었지만
대개가 아호를 갖고 있지 않았다.
목마른 사람이 우물 판다고 말 꺼낸 내가 급하여서 한자를 옛날에 좀
미리 깨우쳤다는 연유로 친구들에게 호를 지어준 것이 그 사이 10여명
이나 되었다. 대개는 당사자의 성격이나, 인품 그리고 이미지를 생각
해서 적절한 한자를 선택하여 지어주었더니 다들 좋아라하고 지금도
잘 사용하고 있는 터이다.

그런데 생각지도 않았는데 지난 주에 남가주 샌디애고에서 ‘에덴장미
농원’을 경영하고 있는 수봉 정용진 시인께서 아래와 같은 아호축송과
더불어 내게 분에 넘친 아호를 하나 선사해 주셨다. ‘학산鶴山’이라고.
‘학’은 고고의 상징이요 ‘산’은 장중의 심볼이라면서…  
  

爲祝得號 鶴山詩人

一鶴雄飛
山滿歲靑
詩心之高
萬世無疆

(학이
하늘을 나니
산이
만고에 푸르러라

높은 시심으로
길이길이
강건키를 바라노라)

                      -  山多我高 秀峯居士.


나는 딱히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아호 하나쯤 더 가진다 해서 세금을 더 내는
것도 아니고 그런다고 해서 갖고 있는 문명文名이 마구 치솟거나 곤두박질
치는 것은 아니어서 감사히 받겠다는 뜻을 전했다.
정 시인은 성균관대 법정대에서 법률학을 전공하였지만 아울러 유학을 공부
하였고 작명학을 독학하여 국내외 문우 20여명에게 아호를 지어주기도 한 바
있거니와 호號란 본시 스승이나, 선배 또는 친구가 지어주는 경우가 많은데
문단의 선배요 나보다 2년이나 연배이신 정 시인께서 넓으신 사랑으로 주신
아호에 대하여 어찌 토를 달 수 있을 것이랴.
그는 경기 여주 출신으로  ‘71년에 도미하여 일찌기 미주한국문인협회의
이사장과 회장을 역임하였으며 제10회 미주문학상과 제8회 한국크리스챤
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문단의 중진으로 <강마을>, <잔디밭>, <금강산> 등
다수의 시집과  에세이집, 또 한영시선집 <너를 향해 사랑의 연을 띄운다>등
많은 저서를 갖고 있기도 하다.

꽃이 누가 그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꽃이 아니라고 노래했던 김춘수 시인의
말마따나 호라는 것도 갖고 있는 것만으로 족한 것이 아니고 누군가가 불러
주어야 그 효력이 있는 것인바 문우들이나 독자들이 기억하고 많이 불러주면
다행이고 장본인으로서는 호값을 다할 수 있도록 정진하고 잘 처신하면 훗날
좋은 결과가 있지 않겠나 생각해 본다.  

< 2007. 8. 15>


  



    ⊙ 작품장르 : 편안하게하고싶은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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