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례문이 불타던 날 오정방 티비 생방송 화면을 지켜보며 그저 발만 동동 구를 뿐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하나도 없었다 현장에 달려갈 수도 날아갈 수도 없는 현실 그저 가슴만 치고 있었다 불은 점점 크게 번지는데 여기 저기서 쏘아대는 물줄기는 그저 새끼 개미 오줌누듯 역부족, 나는 태평양 바닷물을 퍼다 나르고 싶었다 이것조차 마음 뿐 숭례문은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5시간 만에 맥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서울의 관문이 무너지던 날 내 가슴도 함께 처참하게 무너졌다 <2008. 2. 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