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랫줄
오정방
언제나 빨랫줄에 걸린 옷가지를 보면
짐작해 그 집 사정을 대충 알 수 있다
형편이 좋은 집인지 그렇지 않은 집인지
중년이 사는 집인지 노년이 사는 집인지
남자가 많은 집인지 여자가 많은 집인지
애들이 많은 집인지 어른이 많은 집인지
이런 저런 사연을 주렁주렁 열어놓은
그런 빨랫줄을 이젠 보기조차 힘들다
빈 빨랫줄에 참새 두어마리 한가로이 앉아
집안 내막을 얘기하듯 서로 눈맞추고 있다
<2008. 4.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