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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9.08 05:30

어머니 날을 보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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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날을 보내면서…

  오정방
  

  


나, 어릴 때에는 철이 들지 않아
느끼지 못한 것 하나 있습니다
논에 모를 심거나
밭의 김을 맬 때에
어머니는 가끔 허리를 펴고
후유 하며 긴 숨을 내쉬셨습니다
그리고는 다시 엎드려
한던 일을 묵묵히 계속하셨습니다

나, 어머니의 그 나이가 되어서
힘든 농삿일은 어니건만
정원의 잡초를 뽑아주거나
꽃밭에 부토를 하게될 적에
굳은 허리를 구부리게 되는데
익숙하지 않은 일로 인해
허리를 펴면서 나 생각합니다
어떻게 그리 참으셨을까 어머니는

                                - 졸시 ‘어머니의 허리’ 전문


미국에서는 5월 둘 째 일요일을 어머니 날로 지킨다. 한국에서는 묶어서
5월 8일을 어버이 날로 정하여 지키는데 비하여  미국은 아버지 날은 따로
두어 6월 세 째 일요일로 정해 놓고 있다.
어제는 어머니 주일이었다.
섬기는 교회의 베드로, 바울, 디모데선교회 등 3개 남선교회 회원들이 합동
으로 음식을 장만하고 특별한 프로그람을 만들어 어머니들을 즐겁게 해 주는
순서 속에 ‘시낭송’이 있었는데 위의 시는  바로 이 행사에서 낭송한 것이다.    
어머니 없는 자식이 어디 있으며 살아계시거나 돌아가셨거나 이런 날에 자기
어머니를 떠올리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
우리집은 큰 농사를 짓고 살았다. 내 나이 9살에 한국전쟁이 일어났고 10살이
되던 이듬해에 아버지를 여의었는데  임인생(1902)인 어머니는 내가 장성할
때까지도 혼자 농사를 지으며 우리를 기르셨다. 어린 시절에 나의 눈에 비친
어머니의 모습 가운데 시에서 보는 바와 같은 이미지가 떠올라 어느 날 이런
시를 쓰게 되었다.

우리 6남매를 낳아 기르신 어머니를 두고 나는 가족을 이끌고 ‘87년 미국
이민의 길에 올랐는데 연로한 어머니에게 이민 간다는 바른 말을 못한 것이
두고두고 후회가 되거니와 이민 다음해 임종도 지켜보지 못한 채 어머니를
잃게 되었으니 때로는 가슴이 미어지는 것을 어쩔 수 없어서 아래와 같은
시조  2수로 어머니에게 용서를 구해보았다.  

*
연로한 어머니를
고향에 남겨둔 채

처자식 이끌고서
이민길 떠나올 제

바른 말
끝내 못하고
거짓말로 고했네

*
평소에 하던대로
여행을 갔나보다

그렇게 생각하며
보고파 하셨으리

임종을
못지킨 아들
불효막급 합니다

                                -졸시 ‘마지막 불효’ 전문



그러고 보니 금년에는 어머니의 기일조차 챙기지 못하고 그냥
지나쳤구나. 고향에서는 사형舍兄이 음력으로 기일을 지키고 있지만
미국에서 일일이 음력을 계산해 두지 않고 있으면 놓치기가 십상이
아닐 수 없다.
돌아가신 어머니에게조차 효도를 못하고 있으니 이를 어쩔꼬?

< 2008. 5. 11>


  



   ⊙ 작품장르 : 시와함께하는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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